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시카고 극장가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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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미국의 한 지역 영화관에서 열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무비 파티 광고. 관객들에게 포토카드와 케데헌 콜라보 농심 라면, 학용품 등 기념품도 제공했다.

넷플릭스 첫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주말 수익 1,600만~2,000만 달러
스크린 넘어 식탁까지… 농심과 콜라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지난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를 장악하며 극장가를 달궜다. 스트리밍 중심으로 성장해온 넷플릭스가 창사 18년 만에 처음으로 극장가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행사는 8월 23일과 24일 단 이틀 동안 미국 전역 1,700여 개 극장에서 특별 상영됐다. 이 중 1,000개가 넘는 상영관의 티켓이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영 방식은 관객이 대사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이벤트(영화 상영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형식)로, K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부 극장은 매진 행렬이 이어지며 추가 좌석을 열어야 했고, 관객들은 노래와 춤을 함께 즐기며 영화와 공연의 경계를 허물었다. 배급사 추정에 따르면 주말 수익은 1,600만~2천만 달러에 달하며 모든 경쟁작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시카고와 교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열풍은 확인됐다. 마커스 시네마 시카고 하이츠, 오클랜드 파크, 카운티 힐스, 애디슨 등 주요 극장에서 싱어롱 이벤트가 열렸으며, 일부 회차는 조기 매진됐다. 극장 측은 추가 상영관을 개방하거나 좌석을 늘려 관객을 맞이했다. 시네마크와 리걸 체인 역시 시카고 교외 여러 지점에서 상영을 진행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몰렸다.

이번 성과는 넷플릭스의 극장 전략에도 큰 변화를 시사한다. 그동안 극장 개봉에 소극적이던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원래 소니 픽처스가 제작한 뒤 넷플릭스에 판매된 작품으로, 전통 영화사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스트리밍 기업이 역설적인 승리를 거둔 셈이 됐다. 북미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가 상영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흥행 열기는 식품업계까지 번졌다. 농심은 최근 넷플릭스와 손잡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콜라보레이션(사진)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말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신제품 신라면 툼바 만능소스의 패키지에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인 헌트릭스 멤버 루미·미라·조이, 그리고 사자보이즈(SAJA BOYS), 호랑이 더피(Derpy)를 적용한 글로벌 한정판을 선보인다. 제품은 한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한정 출시된다.

농심은 극 중 주인공들이 실제로 먹는 컵라면 디자인을 반영한 스페셜 제품을 내놓고, 글로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SNS 이벤트와 디지털 콘텐츠,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준비 중이다. 이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이 농심 제품을 연상시킨다는 팬들의 추측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팬들은 신라면과 신(神)라면, 농심과 발음이 비슷한 동심, 새우깡과 닮은 스낵 등을 근거로 영화 속 라면과 스낵이 농심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 6월 넷플릭스 공개 직후 K팝과 K푸드 등 한국 문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세계적인 팬덤을 만들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Huntr/x)가 악마를 사냥하며 팬들을 지켜낸다는 독창적인 설정을 담았다. 주인공 루미, 미라, 주이는 무대 위에서는 아이돌이지만 동시에 어둠과 맞서는 전사로 등장해 음악과 액션이 결합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주제가 골든(Golden)은 빌보드 글로벌 200과 미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사운드트랙 열풍까지 불러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흥행을 계기로 넷플릭스가 속편 제작을 본격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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