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뒤흔드는 가짜 총격 신고 ‘스와팅’… 신학기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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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빌라노바대 캠퍼스에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미사 중 ‘총격범 출몰’ 문자 메시지에 학생들은 공황 상태로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cnn

전국 대학서 ‘스와팅’ 사태 잇따라…
FBI 수사 착수, “단순 장난 아닌 중범죄”

신학기 시작과 함께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가짜 총격 사건’ 신고가 잇따르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펜실베이니아주의 빌라노바대학교(Villanova University)와 테네시주의 채터누가대학교(University of Tennessee at Chattanooga)에서 연달아 발생한 허위 총기난사 신고는 실제 총격과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전국 대학으로 퍼지고 있는 ‘스와팅(swatting)’ 사태의 일환으로 보인다.

빌라노바대 캠퍼스에서 21일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미사 중 발생한 ‘총격범 출몰’ 문자 메시지에 학생들은 의자와 소지품을 넘어뜨리며 공황 상태로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 시간 후 채터누가대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가짜 신고가 접수되며 캠퍼스가 봉쇄됐다. 양교 모두 실제 총격범이나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오보가 아닌, 고의적으로 허위 범죄 신고를 통해 경찰 특수기동대(SWAT)를 출동하게 만드는 ‘스와팅’ 범죄다. FBI에 따르면, 스와팅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범죄 방식으로, 최근에는 대학, 정치인, 연예인, 종교 시설까지 표적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학가를 겨냥한 스와팅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실제 총소리 같은 배경음이 포함된 911 신고, 인터넷 기반 음성 서비스(VoIP)를 통한 발신자 은폐 등 기술적으로 진화한 방식이 경찰의 신속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화가 자주 사용되는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으며, SNS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랑’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빌라노바대 한 학생은 “도망치던 중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실에서 경찰이 권총을 들고 들어왔다“며 “너무 현실 같아 공포감이 극심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총격이 아님에도 학생들과 교직원, 가족들에게 정신적 충격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FBI와 지방 당국은 현재 빌라노바대와 채터누가대 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허위 신고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두 대학은 모두 해당 사건을 “잔인한 사기극”,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범죄 행위”라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범죄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중대한 위법 행위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 디카를로 범죄학 교수는 “응급 구조 인력을 허위 신고로 낭비하게 되면 실제 위급 상황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 전역에서는 지난 2023년에만 최소 731건의 학교 대상 스와팅이 발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이 숫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스와팅이 단지 괴롭힘의 수단을 넘어, “다른 범죄로의 관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엄중한 처벌과 예방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관련 법률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FBI는 2023년부터 가상 온라인 지휘센터(Virtual Online Command Center)를 가동해 전국의 스와팅 신고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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