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날 이민당국에 체포된 재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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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다나에 스노우와 함께 찍은 재미 한국인 바이올린 연주자 존 신(왼쪽). 스트라드(클래식 월간지) 엑스(X) 캡처

10세부터 유타 거주… 과거 음주 운전에 발목
텍사스대 백신연구자 한인도 한 달 넘게 구금

미국 유타주(州)에서 생애 대부분을 살아 온 재미(在美) 한국인 바이올린 연주자가 아내 생일날 불법 체류를 이유로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27일 ABC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유타주에서 활동 중인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존 신(37)씨가 지난주 콜로라도주 출장 도중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붙잡혀 구금됐다. 신씨의 배우자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다나에 스노우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일이었던 20일 오전 남편으로부터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받았지만 당일 오후 전화 통화로 그에게서 직접 구금됐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전했다.

신씨는 10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초·중·고교와 대학을 모두 유타주에서 나왔고, 음악 활동도 고향에서 하고 있다. 동반가족 비자로 입국한 신씨는 자신을 데려온 부친이 사망한 뒤 ‘다카(DACA)’로 불리는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덕에 체류 자격을 받았고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뒤 미 시민권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과거 음주 운전 처벌 이력이었다. 신씨 변호인인 애덤 크레이크는 ‘임페어드 드라이빙(음주 등 사유로 운전 능력이 저하된 상태로 운전)’으로 2019년 단속됐던 이력 때문에 신씨가 구금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법에 따른 치료 목적 수강과 보호관찰 기간 등을 다 거치고 운전면허증도 재발급 받았지만 음주 운전 적발로 DACA에 따른 체류 자격 연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ICE 단속 대상이 됐다는 게 변호인 설명이다.

시민권 없이 미국에 오래 살다 과거 이력 탓에 최근 추방 위기에 놓인 재미 한국인은 신씨만이 아니다. 5세 때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주에 계속 살다 명문 주립대인 A&M대에 진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연구를 해 오던 김태흥(40)씨도 남동생 결혼식에 참석하러 한국에 갔다가 지난달 21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돼 한 달 넘게 억류된 상태다. 김씨의 경우 2011년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전력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가족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인 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가 24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워싱턴에서 진행된 동포 간담회 때 김씨가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김씨 모친의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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