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낙태약 우편 발송’ 처방 의사에 주민 소송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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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연합

최대 10만 달러 포상… 낙태 둘러싼 갈등 격화

텍사스주에서 낙태약을 처방한 다른 주의 의사에 대해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주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이 법안은 주지사의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으며,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하원법안 7호(HB 7)’로, 낙태약의 제조·처방·배송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텍사스 주민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승소 시 최대 1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민사 배상이지만, 사실상 포상금 성격을 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단 약을 복용한 여성 본인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며, 소송은 제약사, 의사, 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가능하다.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도 낙태에 대한 제한이 가장 엄격한 주 가운데 하나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2022년, 낙태 권리를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폐기한 이후, 텍사스는 거의 모든 방법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인해 많은 텍사스 여성들이 낙태가 허용된 타주의 의료진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고, 우편으로 낙태약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낙태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이러한 방식까지 법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낙태약을 통한 낙태가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은 현재 상황에서, 텍사스는 이를 정면으로 규제하는 첫 번째 주가 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텍사스 의회는 해당 법안을 “여성 건강 보호와 제약업체의 무분별한 이익 추구 견제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낙태 반대 단체인 ‘라이트 투 라이프(Texas Right to Life)’도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생명 보호법”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민 간 감시와 고발을 유도하는 ‘현상금식 법안’이라며, 여성의 의료 접근권과 자유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낙태약 자체를 겨냥한 연방 차원의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법무장관은 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철회해달라는 소송에 참여할 계획이다. 미페프리스톤은 2000년 FDA 승인을 받은 약물로, 현재 미국 내 낙태의 절반 이상이 이 약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최종 시행되면, 의료진과 제약사를 향한 법적 압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낙태를 둘러싼 미국 내 갈등도 한층 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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