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번지는 ‘디자이너 기숙사’ 열풍
▶수천 달러 들여 맞춤 인테리어… SNS 타고 전국적 확산
최근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기숙사 인테리어에 수천 달러를 들이는 ‘디자이너룸’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장식 수준을 넘어,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고급 기숙사 방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기존의 칙칙한 시멘트 벽과 낡은 가구 대신, 벨벳 소재 침대 헤드보드, 맞춤형 커튼과 조명, 예술 작품 액자까지 등장한 이 트렌드는 미국 남부 대학가를 중심으로 특히 활발하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1천 달러 이상을 들여 가구와 데코 소품을 새로 들이고, 비용이 1만 달러에 이르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알라바마대학교에 재학 중인 매디슨 윌리엄스는 기숙사 인테리어를 위해 온라인 디자인 업체와 협업해 방을 꾸몄다. 그는 따뜻한 분위기의 방을 원했고, 벨벳 침대 머리판과 멀티 기능 책상, 수납용품, 양모 담요까지 포함된 맞춤형 공간을 완성했다. 총 비용은 약 4천 달러가 들었으며, 디자인과 설치까지 약 한 달이 소요됐다. 윌리엄스는 “타지에서의 첫 대학 생활에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기숙사 인테리어는 단순히 개인 공간을 꾸미는 차원을 넘어, 룸메이트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미시시피대학교 신입생인 매디 베이커와 브리튼 휠러는 입학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룸메이트가 됐다. 두 사람은 기숙사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방을 기획했다. 입학 다음 날, 두 학생이 호텔에 머무는 사이 디자이너가 방을 완성했고, 이후 마치 선물처럼 꾸며진 기숙사 방을 처음 마주했다. 이들은 “공간을 함께 만들면서 더욱 가까워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서서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는 게임을 테마로 한 남학생의 기숙사 인테리어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자인업체 측은 여전히 여학생들이 주 고객이지만, 최근에는 남학생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숙사 인테리어 전문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학부모와 상담을 통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학생의 취향과 예산에 따라 맞춤형 제안을 진행한다. 일부 가정은 고급 자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반면, 다른 가정은 핵심 가구 몇 가지에 집중하는 실속형 접근을 택하기도 한다. 초기 상담부터 계획 수립, 납품 및 설치까지는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이러한 인테리어는 단기적인 만족을 넘어서, 향후 자취방이나 첫 독립생활 공간으로의 활용 가능성까지 고려해 기획된다. 일부 업체는 학생들에게 클래식한 스타일의 가구를 선택해 졸업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예산에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고급 침대, 조명, 수납 가구를 중심으로 방을 구성하고, 입학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외형 꾸미기를 넘어, 정서적 안정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낯선 도시에서의 새 출발에 기숙사가 ‘나만의 공간’이 되어주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시에, 화려한 기숙사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또 다른 학생들에게는 심리적 부담과 비교 우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내 일부 비영리 단체들은 이런 문화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한 무료 인테리어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특히 ‘Essentials With Eden’과 같은 업체는 첫 세대 대학생이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맞춤 지원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디자이너 기숙사 문화는 단기간에 끝날 유행이 아닌, 새로운 캠퍼스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에서 보내는 첫 대학 생활이 학생들에게 심리적 안정은 물론, 긍정적인 자아 정체성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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