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논란
케네디 “9월 자폐증 원인” 발표 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건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임신부의 타이레놀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발생을 연관 짓는 보고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타이레놀은 수십 년간 임신 중에도 안전한 진통제로 권고돼 왔다.
케네디는 지난 몇 달간 “9월에 자폐증의 원인을 밝히겠다”는 발표를 예고해왔다. WSJ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엽산 결핍 등 잠재적 원인들을 거론할 계획이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Kenvue)는 성명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보도 직후 켄뷰 주가는 하루 만에 9% 이상 급락했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와 케네디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으로 임명한 로버트 말론 박사도 이번 발표를 미리 언급하며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의료계와 과학계는 오랜 연구를 근거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은 가장 안전한 선택지”라고 일관되게 평가한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대규모 연구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폐증, ADHD, 지적장애와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 초기엔 소폭의 위험 증가가 보였지만, 형제자매 간 비교 분석에서는 관련성이 사라졌다.
드렉셀대학 역학 교수 브라이언 리는 “그동안 놓쳤던 교란 요인들을 조정한 결과, 인과관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대 정신과학자 조슈아 고든도 “위험은 극히 낮거나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케네디와 지지자들은 대규모·엄격한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작은 표본이나 방법론이 의심스러운 연구를 확대해왔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BMC 환경보건에 실린 한 문헌 리뷰 논문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자폐증 간 ‘관련성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산토시 기리라잔 교수는 “JAMA 연구만큼 신뢰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만약 진짜로 인과관계가 있다면 자폐증 유병률은 훨씬 더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CDC는 학령기 아동 31명 중 1명이 자폐증을 갖고 있다고 추정한다.
미국산부인과학회 임상책임자 크리스토퍼 자안 박사는 “임신부가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며 “근거 없는 논란이 오히려 혼란과 불안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폐증의 단일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본다. 자폐증은 단일 질환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며, 발현 정도도 다양하다. 과학계는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출생 전 발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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