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생일책에 클린턴 친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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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에게 보낸 것으로 추청되는 친필편지.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하원 감시위원회, 엡스타인 관련 자료 3만여 쪽 전격 공개
존슨 의장 “트럼프는 FBI 내부고발자” 주장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보낸 친필 편지가 하원 감시위원회가 공개한 ‘생일책’에서 발견됐다. 엡스타인은 월가의 억만장자로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다.

이번에 추가 공개된 엡스타인 관련 문서 3만여 쪽 가운데 이 ‘생일책’은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해 기슬레인 맥스웰이 제작한 개인 앨범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메시지와 사진들이 담겨 있다.

클린턴은 편지에서 엡스타인의 “아이 같은 호기심”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추진력”을 칭찬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엡스타인의 오랜 변호사 앨런 더쇼비츠,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 항목들도 포함됐다.

생일책에는 엡스타인의 어머니가 남긴 편지와 함께, 엡스타인이 21세 때 ‘코스모폴리탄’ 잡지의 ‘이달의 독신남’으로 소개됐다는 기록도 담겨 있다. 일부 문서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생활 사진들과 농담 섞인 메모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가짜 수표를 든 엡스타인의 사진과 “여성과 돈에 대한 초기 재능!”이라는 메모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해당 서명과 그림에 대해 위조 가능성을 제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책에 그림을 그리거나 서명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측도 “조작된 것”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편, 하원 감시위원회 마이크 존슨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에 정보를 제공한 인물”이라며 “엡스타인을 마러라고 클럽에서 퇴출시켰고, 수사 당국이 그를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사건을 “민주당의 정치적 음모”라고 비판하며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엡스타인의 유언장, 연락처 목록, 2007~2008년의 불기소 합의서 등도 포함돼 있다. 이는 피해자들의 투명한 자료 공개 요구에 따른 조치로, 일부 생존 피해자들은 자체적으로 ‘고객 리스트’를 공개하겠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엡스타인은 생전에 영국 왕실, 미국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과의 연루 의혹으로 여러 차례 주목받았으며, 2019년 뉴욕 교도소에서 사망한 이후에도 각종 음모론과 논란의 중심에 있다.

현재 의회는 주요 인사들과 엡스타인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를 확대 중이며, 법무부는 아직까지 ‘고객 명단’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여야 일부 의원들은 독자적인 법안을 추진하며 모든 자료의 완전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하원 감시위원회는 “이번 조사의 핵심은 정파적 공방이 아닌, 엡스타인의 범죄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진실과 정의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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