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풀,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가 낮춰 적어 관세회피”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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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베스트바이 매장 내 한국산 가전제품 코너.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LG전자(사진 위)와 삼성전자(아래)의 세탁기와 냉장고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 윤연주 기자

정식고발 안 했으나 세관당국 등에 내용 공유
“철강 품목관세 탓 데이터 입력 중복 오류 가능성도…”

미국 대표 생활가전 업체 월풀이 한국산 세탁기를 포함한 외국 가전제품들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신고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기재하는 ‘언더밸류’ 의혹을 제기했다. 월풀은 6월부터 이 같은 신고가격 급락이 관세 부담 회피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월풀이 문제 삼은 핵심 근거는 미국 인구조사국이 집계한 수입 통관 데이터다.

의혹 제기 대상이 된 주요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원래 미국 기업이었던 ‘GE 어플라이언시즈’의 모회사인 중국의 하이얼 등이다.

월풀이 연방정부 수입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산 세탁기의 수입 신고가격이 과거 838달러에서 11분의 1 수준인 73달러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의 평균 수입신고 가격이 올해 1∼5월에는 평균 21달러였으나 6월에는 9달러로 떨어졌고, 7월에는 8달러 미만이 됐다고 설명했다.

월풀 측은 13%에서 최고 60%에 이르는 고율 관세가 붙는 이들 제품의 실제 소매가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며 “단순 원가 절감이 아닌 관세 회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월풀은 이 자료를 세관국경보호국(CBP)과 공유했으나, 아직 공식 고발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월풀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전 상무부 법무 간부 출신 대니얼 캘훈은 “정부가 빠르고 확고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으며, LG전자는 미국 내 법규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GE 어플라이언시즈 측은 월풀의 주장 일부가 “부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했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월풀이 문제 삼은 제품 중 일부는 실제로 수입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월풀이 해외 경쟁사를 상대로 불공정 무역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수입 세탁기에 대한 관세 부과 소송을 이끌어내 이긴 적이 있다. 당시 소송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에 세탁기 공장을 세웠다.

한편,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착오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물류 중개업체 카고트랜스의 필리피스 CEO는 “단순 입력 오류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철강에 대한 새로운 관세 제도가 적용되면서 신고 절차가 더 복잡해졌고, 이 과정에서 수량을 이중으로 입력하는 등 착오로 인해 단가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기재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나치게 낮은 신고 단가를 자동으로 감지해 담당자가 추가 확인을 하도록 시스템을 운영 중인 만큼, 실제로 조직적인 관세 회피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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