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때 노 젓자”… 퇴직연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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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증시 상승·매칭 혜택도
▶ 401(k) 백만장자 급등
▶ X·베이비부머 지속 저축
▶ ‘꾸준한 불입해야’ 권고

401(k) 계좌 중 백만달러 잔고를 가진 계좌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때 하락세를 보였던 뉴욕증시가 최근 회복세를 이어간 데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이 저축액을 늘리면서 401(k) 백만장자가 역대 최다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15일 피델리티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피델리티가 관리하는 401(k) 계좌에 백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59만5,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해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이는 계좌에 백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지난해 말 53만7,000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8% 증가한 수치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부사장인 마이크 샴렐은 “지난 4월 초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갑작스러운 움직임 없이 저축을 지속했다”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은퇴 계좌 저축자들은 2분기 후반에 발생한 시장 반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평균 잔액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균 401(k) 잔액은 13만7,800달러로 1년 전보다 8% 늘었고, 3월 말(12만7,100달러) 대비로도 8.4% 증가했다. 403(b) 평균 잔액은 12만5,400달러, IRA 평균 잔액은 13만1,366달러로 모두 분기 대비 상승했다.

백만달러 이상을 저축한 개인 은퇴계좌(IRA) 계좌 보유자들도 대폭 늘고 있다. 6월 말 현재 백만달러 이상을 저축한 IRA 계좌 보유자는 50만1,481명에 달했으며, 이는 1분기의 43만2,431명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지난 1년간 평균 IRA 불입액은 2,200달러 정도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불입은 지속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이후 X세대의 IRA 불입은 25%, 베이비붐 세대는 37% 늘었다.

피델리티의 은퇴상품 담당 부사장 리타 아사프는 “이들은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에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저축할 수 있고, 일부는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저축을 더욱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퇴계좌를 통한 백만장자가 사상 최대로 증가한 이유로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을 꼽는다. 메타는 지난 2분기 매출이 475억달러(전년 대비 +22%), 주당순이익(EPS) 7.14달러를 기록하며 주가가 연초 대비 30% 가량 상승했다. AMD는 분기 매출이 7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주가가 31% 가량 올랐다. 오라클의 경우 분기 매출이 약 149억달러로 늘어난 데다 클라우드 수주잔고가 4,550억달러까지 급증하며 주가가 연초 대비 70%가량이나 훌쩍 뛰었다.

두 번째 요인은 계좌 보유자들의 꾸준한 불입과 시간의 복리 효과다. 변동성 구간에서도 자동이체·고용주 매칭을 유지한 가입자가 다수였고, 실제로 2분기 동안 401(k) 적립 비율은 고점 수준을 이어갔다. 시장 하락기에도 납입을 멈추지 않는 ‘평균매입단가 인하’ 효과와, 장기 복리가 겹치며 잔액 반등을 가속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이 일정 비율까지 직원 불입금에 매칭을 해주면서 증액 효과는 더욱 뛰어나다.

한 자산관리사는 “지금의 기록은 시장 회복과 계좌 보유자들의 꾸준한 저축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상승장일수록 포트폴리오를 더 냉정하게 점검하고, 복리를 해치는 과도한 교체와 높은 비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은퇴 자산은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관리돼야 한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