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심근경색 급증… 조기 진단·예방으로 돌연사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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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ㅇ: 연합뉴스

▶ 누르는 듯한 가슴 통증 있다면 의심을
▶ 발병 후 2시간 골든타임 내 병원 방문
▶ 짠 음식 피하고 견과류·생선 섭취를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심혈관계에 부담이 커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 심근경색증 환자는 가을부터 늘기 시작해 겨울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심근경색증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히면서 심장 근육 일부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협심증처럼 혈관이 점차 좁아져 흉통을 유발하는 경우와 다르게 심근경색증은 혈류가 급격히 차단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한국내 심근경색증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심근경색증 환자는 2020년 12만 1428명에서 지난해 14만 2746명으로 4년 새 17.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인구 확대와 함께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의 확산,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 돌연사 이어질 수 있어 주의

심근경색증은 평소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악화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초기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사망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자 25명 중 1명은 퇴원 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 따라서 증상이 초기에 발생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심근경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극심한 가슴 통증이다. 콕콕 쑤시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아니라 무거운 것이 꽉 누르는 듯한 통증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가슴 통증의 특징이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아픈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수 분간 통증이 계속되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없어지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가슴 통증과 함께 어깨, 목, 팔로 퍼지는 통증이 동반된다면 더욱 심근경색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슴 통증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목 부위가 답답하고 왼쪽 팔이 아프다며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찾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진료과를 잘못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치료 시간을 넘기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근경색의 또 다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가슴 또는 상복부가 체한 것처럼 답답하거나 무겁게 느껴지며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고 가슴 통증이 나타난다.

사망률이 높은 급성 심근경색증은 가슴 통증과 함께 식은땀이 나며,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청색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이 발생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발병 후 2시간 이내에 치료받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이다.

■ 심근경색증의 치료

심근경색증 치료의 원칙은 막힌 혈관을 최대한 빨리 열어 심장 근육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관상동맥 중재시술(PCI)’이다.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대퇴동맥이나 손목 동맥을 통해 심장 혈관까지 삽입한 뒤 풍선(벌룬)을 이용해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고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넣어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한다.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시술이 어렵거나 혈관이 여러 군데 막힌 경우에는 관상동맥우회술(CABG)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 본인의 다리 정맥이나 동맥을 이용해 막힌 부위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중증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응급상황에서는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정맥주사하는 혈전용해술이 시행되기도 하지만, 이는 시술이 불가능할 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변재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후를 결정하는 심근경색증은 증상 발생 후 2시간 이내에 혈관을 재개통하는 ‘골든타임’을 지켜야 심장 기능을 살릴 수 있다”며 “환자 스스로 참거나 지체하지 말고 증상이 시작되면 즉시 119를 통해 전문 의료기관으로 이송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 예방 위해 생활습관 관리해야

심근경색증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평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호두, 아몬드, 땅콩 등 견과류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이 풍부해 심근경색 예방에 효과적이다.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붉은 고기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대신 심장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 연어, 참치 등은 심근경색 예방에 좋다.

기름지고 짠 음식은 피해야 한다.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우리 몸은 이를 낮추기 위해 혈액량을 늘리고, 이에 따라 혈압이 높아진다. 고혈압은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이므로 염분 섭취 관리는 필수다.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기저질환은 정기검진과 약물치료로 관리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 중년 이후에는 정기적인 심장검진을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