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 곳곳에 퍼지는 분열
보수 성향 청년 운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 이후 미국 사회가 정치적 분열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커크를 비판하거나 조롱한 이들이 해고되거나 징계를 받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의 피살 직후 “급진 좌파들이 찰리 커크와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와 같은 범죄자에 비유하며 공격해왔다”며 “이들의 선동이 결국 비극을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과 공화당 의원들 역시 좌파를 향해 날 선 비난을 이어가며 정치권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좌파는 살인의 정당”이라고 직격했고, 백악관 전 부정책실장 스티븐 밀러의 부인 케이티 밀러도 “좌파가 손에 피를 묻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의 분노가 거세지면서, 커크를 비판한 이들을 겨냥한 ‘사적 응징’도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커크를 조롱한 자들을 공개한다’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정부 직원과 언론인, 민간 기업 근로자 등 40명 넘는 인사의 신상이 유포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15명이 커크 관련 발언으로 해고되거나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는 교사, 항공사 직원, 비밀경호국 요원까지 포함돼 있다.
일리노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스프링필드 시청의 한 공무원은 커크에 대한 비판적 글을 올렸다가 자진 사임했으며, 어바나에서는 시 정부가 발언을 유감이라 밝히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주의회 자유 코커스 소속 앤드류 체즈니 주상원의원은 “동료 시민의 죽음을 조롱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징계를 옹호했다.
반대로 커크를 추모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있다. 일리노이 지역방송국 WICS 채널20의 앵커 베니 레이 하모니는 방송에서 커크를 비당파적으로 추모한 직후 방송국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사임했다. 방송국 측은 정직 사실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을 넘어 해외 보수 진영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런던에서는 약 11만 명이 참석한 반이민 집회에서 커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으며, 머스크는 화상 연설을 통해 “좌파가 커크의 암살을 공개적으로 축하하고 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의 보수 정치인들도 해당 집회에 참석해 연대를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한국의 복음주의 단체에 이르기까지 커크의 ‘문화 성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리노이 주지사 JB 프리츠커는 “커크 피살 이후 자신과 주정부를 향한 위협이 폭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시기에야말로 국민이 분열이 아닌 단합을 선택해야 한다”며 “정치적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일부 민주당 지도부를 제외하면 초당적 목소리는 드물다.
1993년 일리노이주 알링턴하이츠에서 태어난 찰리 커크는, 고교 졸업 직후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공동 설립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보수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걸쳐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는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그의 피살은 미국 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으며, 정치적 갈등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더욱 격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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