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간담회…”비핵화 조치 없는 평화협정, 비핵화 목표 사실상 포기하는 것”
“트럼프, 반이민정책 배치되는 韓특별비자 협상…美, 문제 인식한 것”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한국석좌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는 것이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그룹 주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차 석좌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상기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행을 생각 중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는 그런 종류(북미중 정상 회동)의 아주 극적인 뉴스 이벤트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가 APEC 참석 전후로 중국을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차 석좌는 북미대화 진전을 위해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고 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비핵화 움직임 없는 평화협정 체결에 응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동결하는 정도의 조치를 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준다면 사실상 비핵화 목표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7개의 전쟁을 중단시켰다’고 말하지 않느냐. 그의 머릿속에 다음 차례로 한국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는 자신이 한국전쟁을 종결지었다고 말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봤다.
차 석좌는 최근 북러 밀착에 대해서는 “가장 위험한 점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 한국이 러시아와 북한을 떼어놓을 어떤 정책적 수단도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제재는 북한을 러시아 쪽으로 더 밀착시킬 뿐이고, ‘당근’을 제공한다고 해도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 석좌는 “그들(북한)은 그냥 당근을 다 받아먹은 뒤 러시아의 지원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러시아가 북한의 핵잠수함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존가능한 핵전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차 석좌는 미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체포됐다가 풀려난 사건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과 투자 정책이 상호 충돌한 명백한 사례”라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단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보시다시피 그는 신속하게 이를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이 사태 직후 방한해 한국 맞춤형 비자 신설을 논의한 것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문제를 인식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차 석좌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우 곤혹스럽고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는 한국이 더 나은 투자협정을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위해 특별 비자 협정을 협상하겠다고 한 것은 그의 반(反) 이민 정책과 완전히 배치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의향에 많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지지층은 화가 났지만, 트럼프는 ‘우리는 투자를 받아야 하고 당연히 비자를 추진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