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크, 1년새 17%↑
▶ 제2의 ‘계란 파동’ 충격
▶ 육우 수 급감에 관세까지
▶ 돼지고기·닭고기 등 대체
전국적으로 소고기 가격이 연일 치솟으며 장바구니 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달걀이 조류 독감 여파로 지난해 식품 인플레이션의 상징이 됐다면, 이제는 스테이크와 햄버거가 제2의 ‘계란 파동’으로 부상했다.
18일 월스트릿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스테이크 가격은 16.6%, 다진 소고기는 13% 가까이 오르며 식료품 가운데 달걀과 커피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이후 스테이크 가격은 54%, 다진 소고기 가격은 51%나 올랐다. 또 연방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소고기 가격은 지난 8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8월에는 거의 4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에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전환하고 있다. 식당들도 소고기 가격 상승에 소고기가 들어간 요리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스테이크의 나라’ 미국에서 소비자들은 이제 스테이크 한번 먹기도 부담이 됐다. 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수퍼마켓어서 소고기 판매는 감소했지만 다진 소고기 판매는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소고기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미국 내 소고기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빠듯한 공급이 있다. 타이슨푸드 등 대형 육류 가공업체들이 이번 분기에 도축한 소 두수는 1년 전보다 약 9% 줄어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적은 사육두수와 위생 문제로 촉발된 멕시코산 소 매입 중단이 겹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소고기 가격 급등이 공급 부족, 사료비 인상, 수입 제한, 관세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 국내 소 사육 규모는 올해 1월 기준 8,670만 마리로 1951년 이후 가장 적다. 코로나19와 가뭄 등으로 장기간 고전한 축산업계는 당장 사육 두수를 늘릴 여력이 없다. 또 사육 두수를 늘리려 해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 줄어든 공급물량에 따른 부족분을 채워준 건 브라질 산이었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수입 물량은 올해 7월까지 거의 두 배 늘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8월 브라질산 제품에 4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브라질산 소고기는 총 76.4%의 세금을 안고 미국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업계는 “브라질산 소고기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미국과의 협정 덕에 10% 기본 관세만 적용되는 호주산 소고기 수입이 올해 들어 22% 증가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인 소비자들도 치솟는 소고기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 주부 박모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소고기를 좋아해서 마켓에 가서 소고기를 들었다가는 결국 포기한다“며 ”마켓 세일을 할 때를 기다리거나 코스코 등에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한인 조모씨는 “스테이크를 집에서 해먹는 것을 즐겨했는데 좋아하는 립아이 스테이크를 파운드 당 19달러에 지불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며 “미국에서 이제 소고기도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인은 “소고기 가격이 너무 오르고 다른 식재료 물가까지 오르면서 메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들이 고기구이 등 소고기 요리를 주문하는 경우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는 가을철에는 야외 바비큐가 줄며 수요가 줄지만 근본적인 공급난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내년까지는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