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용 막고 미국인 고용 늘리겠다”
▶한국 기업·IT 업계 큰 충격…
▶’골드카드’ 영주권 제도도 신설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비자 H-1B의 신청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연간 10만 달러로 대폭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내 주요 IT 기업과 외국계 투자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서명식을 열고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아왔다”며 고액 수수료 부과 취지를 설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기업이 연간 10만 달러를 낼 만큼 가치 있는 인재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아가고, 기업은 미국인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며, 연간 8만5천 건이 추첨을 통해 발급된다. 기본 체류 기간은 3년이며,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기존 수수료가 수천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00배 인상인 셈이다.
이번 발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와 JP모건,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해외 여행을 삼가고, 미국 외 체류자는 즉시 복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시행되는 21일 0시부터 비자 절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 고급 기술 인력에 의존해온 IT 업계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H-1B 비자 승인자의 71%가 인도 출신이었다. 한국 기업 파견 인력 역시 제도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액 수수료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중소 스타트업과 신생 기업에 특히 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길을 스스로 막는 조치”라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혁신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고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고급 인력 채용을 해외로 돌리면서 AI·첨단 기술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위험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함께 ‘골드카드(Gold Card)’ 제도도 발표했다. 이는 개인이 100만 달러(기업 후원 시 200만 달러)를 내면 영주권을 신속히 발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국토안보부 심사비용 1만5천 달러도 추가된다.
러트닉 장관은 “골드카드는 기존 EB-1, EB-2 취업이민 비자를 대체할 것이며, 연간 8만 건을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500만 달러를 내면 미국 외 소득에 세금을 내지 않고도 연간 270일 체류할 수 있는 ‘플래티넘 카드’ 구상도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조지아주 한국 기업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300여 명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한·미 간 비자 제도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투자 기업 파견 인력에 대한 별도 예외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억제와 세수 확보를 강조하며 “성공한 기업가와 투자자만을 받아들여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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