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 ‘수수료 폭탄’… 10만불로 100배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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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트럼프 전격적 행정명령
▶ H-1B 비자 신청시 적용
▶ 한인 취업자들 큰 타격
▶ 투자비자도 전면 대개편
▶ “100만불 내면 신속 처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를 기존 1,000 달러에서 100배 인상된 10만 달러로 책정하는 대폭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한인 취업비자 희망자들과 한국을 비롯한 해외 전문 인력과 미국 기업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H-1B 비자 제도 개편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기존에는 신청비와 등록비를 합쳐 약 1,000 달러 수준이었으나, 이번 개편으로 신규 신청자에 한해 10만 달러의 일회성 수수료가 부과된다. 백악관 서명식에 참석한 하워드 러트닉 연방 상무장관은 당초 “최대 6년까지 매년 10만 달러를 납부해야 한다”고 밝혀 혼란을 일으켰지만, 백악관은 20일 “기존 보유자와 갱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신규 신청 시에만 1회 부과된다”고 정정했다. 또한 기존 H-1B 비자 소지자는 평소와 동일하게 출입국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발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등 주요 기업들은 H-1B 소지 직원들에게 “당분간 미국 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며 혼선을 빚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족 동반 비자인 H-4 보유자에게도 동일한 안내를 내렸고, 해외 체류 중인 직원에게는 시한 내 복귀를 권고했다. 이는 새 규정의 적용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H-1B 제도가 외국 저임금 인력으로 미국인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IT 분야에서 H-1B 비자 노동자 비율이 2003년 32%에서 최근 65%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일부 기업이 수천 명의 미국인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대규모 H-1B 인력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행정부는 외국 인력 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높여 미국 기업들이 자국 인재를 채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러트닉 장관은 “회사들이 이 인력이 정부에 10만 달러를 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며 “미국은 무료 비자로 아무나 받아들이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은 한국 기업과 전문 인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현지 프로젝트 수행이나 지사 설립을 위해 전문 인력을 파견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조지아주 한국 기업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양국 간 비자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발표돼 그 파급력이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 영주권 비자 프로그램인 ‘골드카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기존 EB-1, EB-2 등 투자·전문직 영주권 제도를 사실상 대체하는 이 제도는 개인이 미 재무부에 100만 달러를 내거나 기업이 200만 달러를 납부할 경우 신속한 처리 혜택을 제공한다. 또 500만 달러짜리 ‘플래티넘 카드’ 제도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는 탁월한 인재와 성공한 사람들을 우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