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 멀쩡한 건물 헐고 빈 땅으로 남겨두는 이유, 그 이면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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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 알링턴 하이츠, 골프 로드와 알링턴 하이츠 로드 교차로 인근에는 한때 시카고 한인들이 자주 찾던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송도마켓과 방송국 식당, 탁구장 등으로 북적이던 ‘인터내셔널 플라자’ 쇼핑센터였죠. 하지만 지금은 텅 빈 공터(사진)로 변해 새로운 개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멀쩡해 보이는 건물을 왜 굳이 허물고 오랜 시간 동안 공터로 남겨두는 걸까요? 표면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이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 철거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이유

미국에서 오래된 건물을 허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효율성 때문입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1970~80년대 지어진 상업 건물들은 내진 설계나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현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수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때로는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더 비쌀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건물은 특정 용도, 예를 들어 대형 백화점에 맞게 설계돼 있어, 이를 주거 시설이나 복합 상업 단지로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고 비용 부담도 큽니다. 낡은 냉난방 시스템과 전기 설비 등 유지 보수 비용도 매우 높아 장기적으로 소유주에게 부담이 됩니다.

▲ 개발 과정에서의 ‘공백기’

철거 후 공터로 남겨두는 것 역시 계획된 과정입니다. 새로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긴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며, 지역 사회 의견 수렴과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 등이 필요해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알링턴 하이츠의 경우, 개발사인 어반스트리트 그룹이 아파트와 상업 시설이 결합된 복합 단지 개발을 위해 행정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는 투자자 유치와 금융 대출 확보가 필수적이며, 자금 조달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착공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개발사는 미래 수요와 최적 시기를 면밀히 분석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 미래를 위한 투자
알링턴 하이츠의 낡은 쇼핑센터 부지에 300세대 이상의 주거 시설과 상업 공간이 들어서면 지역 가치는 크게 오를 것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권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 멀쩡한 건물을 허물고 공터로 남겨두는 주요 이유

  1. 토지 가치가 건물 가치보다 높을 때
    낡은 건물이 임대나 매각에 불리하고 리모델링 비용이 클 경우, 개발업자는 빈 땅 상태로 매입해 새 용도로 개발하려 합니다.
  2. 용도 변경 및 재개발 계획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건물은 철거 대상이 되며, 허가와 자금 조달에 시간이 걸려 공터 상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환경·법규 문제
    석면이나 납 페인트 같은 환경 오염 물질이 있을 경우, 철거 후 정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주차 수요 충족을 위해 주차장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4. 세금 및 투자 전략
    일부 투자자는 건물을 허물고 땅만 소유하며 땅값 상승을 기다립니다. 건물이 있으면 유지 보수, 재산세, 보험료 부담이 늘어납니다.
  5. 시장 상황
    경기 침체나 상업용 부동산 공실 증가 시 세입자 유치가 어려워 착공을 미루고 시장 회복을 기다립니다.

멀쩡한 건물을 허무는 이유는 단순히 건물이 쓸모없어서가 아니라, 땅 자체의 가치, 재개발 계획, 환경 규제, 세금·투자 전략, 시장 상황 등의 종합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유토피아 부동산
조아해(steven cho) 부동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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