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포커스] “치매에 적당한 음주는 없다…조금 마셔도 치매 위험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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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연구팀 “‘적당한 음주 보호 효과’는 착시…음주 늘면 치매 위험 증가”

영국 옥스퍼드대 안야 토피왈라 박사가 이끄는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은 24일 의학 저널 BMJ 근거중심의학(BMJ Evidence Based Medicine)에서 장·노년층 55만여명에 대한 치매 위험과 음주량 및 유전적 요소 간 관계 추적 연구에서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모든 형태의 알코올 섭취가 치매 위험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이전에 제기됐던 ‘적당한 음주의 신경보호 효과’는 전혀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 뇌 건강에 ‘최적의 알코올 섭취량’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대부분 고령층에 집중하거나 과거 음주자와 평생 비음주자를 구분하지 않아 인과관계 추론이 어려웠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미국 백만 재향군인 프로그램(MVP) 참여자 36만8천여명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19만여명 등 55만9천여명(56~72세)에 대한 관찰 자료와 유전적 방법을 활용, 음주와 치매 위험 관계를 4~12년간 추적 조사했다.

참여자들을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자, 가벼운 음주자(1주일에 7잔 미만. 1잔은 알코올 14g=350㎖ 맥주 1캔), 고위험 음주자(1주일에 40잔 이상), 알코올 의존자(AUD. 폭음·중독 증상)로 나눠 치매 위험을 비교했다.

또 240여만명의 전장 유전체 연관분석(GWAS) 데이터를 이용한 알코올 관련 유전자 분석을 통해 평생에 걸친 치매 위험을 예측했다.

추적 기간에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미국 그룹 1만564명, 영국 그룹 3천976명이었고, 사망자는 미국 그룹 2만8천738명, 영국 그룹 1만9천296명이었다.

관찰 분석 결과 알코올과 치매 위험 간에 U자형 연관성이 나타났다. 비음주자와 고위험 음주자는 가벼운 음주자보다 치매 위험이 41% 높았고, 알코올 의존자는 위험이 51% 높았다.

그러나 음주 관련 유전적 지표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세 그룹 모두 음주 관련 유전적 위험이 곧 치매 위험 증가로 이어졌으며, 음주량이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비례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음주량이 1~3잔 증가하면 치매 위험은 15% 높아지고, 알코올 의존(AUD) 관련 유전적 위험이 두 배가 되면 치매 위험은 1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전 분석에서는 관찰 연구와 달리 음주량과 치매 사이에 U자형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고, 가벼운 음주의 보호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몇 년 전부터 점차 음주량이 주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초기 인지 저하가 알코올 소비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관찰연구에서 나타난 ‘알코올 보호 효과’는 역인과(reverse causation)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가벼운 음주가 신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기존 통념에 도전한다”며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것이 치매 예방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BMJ Evidence Based Medicine, Anya Topiwala et al., ‘Alcohol use and risk of dementia in diverse populations: evidence from cohort, case-control and Mendelian randomisation approaches’, https://ebm.bmj.com/lookup/doi/10.1136/bmjebm2025-113913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