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자 정서 그 자체” 코믹과 감동 오가는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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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시카고 무대서 빛나는 박서영 배우
▶‘하트 셀러스(The Heart Sellers)’ 주연으로 호평
▶에쿼티 어워즈에 노미네이트

시카고 연극계에서 꾸준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한인 배우 박서영이 노스라이트 시어터(Northlight Theatre)의 연극 ‘하트 셀러스(The Heart Sellers)’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올해 에쿼티 시상식(Equity Awards) 후보에도 올라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박서영 배우가 속한 단체가 지난해 논 에쿼티(non-equity) 시상식에서 앙상블상을 수상한 바 있어, 이번 노미네이트는 연기 커리어에서 한 단계 도약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하트 셀러스’는 한국계 미국인 극작가 로이드 서(Lloyd Suh)의 신작으로, 19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아시아계 여성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서 작가는 ‘아메리칸 환갑(American Hwangap)’, ‘차이니즈 레이디(The Chinese Lady)’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Hart-Celler Act) 이후, 미국에 정착한 필리핀계 루나(Luna)와 한국계 제인(Jane)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함께 식사를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두 여성은 서로의 외로움과 꿈, 이방인으로서의 현실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간다.

연극 ‘하트 셀러스(The Heart Sellers)’

박서영 배우는 극 중 ‘제인’ 역을 맡아 낯선 땅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부딪히는 새내기 이민자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억양이 어색한 영어, 어정쩡한 몸짓, 주저하는 표정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의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은 박서영의 연기에 대해 “스케치 코미디의 전통에 기반한 뛰어난 피지컬 코미디 감각과, 상대 배우의 대사에 귀 기울이는 섬세한 연기 호흡이 인상적”이라며 “전국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재능”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박서영과 상대 배우가 와인에 취한 채 ‘소울 트레인(Soul Train)’ 음악에 맞춰 펼치는 즉흥 댄스 장면은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갈채를 끌어낸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작품의 제목 ‘하트 셀러스(The Heart Sellers)’는 얼핏 보면 ‘Hart–Celler Act(하트-셀러 이민법)’에서 따온 듯하지만, 그 안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극 중 루나는 “이민 올 때 공항 세관에서 내 심장을 꺼내 이 나라에 넘겨준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제인 역시 그런 심장을 함께 건넨 이민자의 한 사람이다.

박서영 배우는 한국에서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크리미널 마인드’, 영화 ‘원스텝’ 등에 출연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드폴대학교(DePaul University)에서 연기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시카고 TUTA 극단 소속 배우로, 다양한 무대에 오르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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