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이 꺼져도 작동하는 생명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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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대표(73세)가 특허기술이 탑재된 휴대폰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

2025년 9월 25일, 서울 | 기술의 본질을 묻는 한 사람, 그에게서 내일의 답을 보다

대한민국의 지식재산이 아세안의 미래와 만나는 ‘2025 한·아세안 지식재산 컨퍼런스’. 9월 25일, 서울 마포 나루호텔의 행사장은 미래를 선점하려는 이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수많은 전문가와 기술의 향연 속에서, 본지는 유독 한 사람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특허라는 한 우물을 파고들다 남다른 사연과 아픔을 갖게 된 남자,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대표였다. 그는 스마트폰의 전원이 꺼지는 바로 그 절망의 순간, 생명을 구할 마지막 회로를 켜는 기술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기술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장치여야 한다”는 한 문장은, 단순한 기술 철학을 넘어 이 시대의 무너진 사회 안전망을 향한 가장 강력하고 따뜻한 응답처럼 들렸다. 그의 이야기가 시카고와 미 중서부, 그리고 남미의 독자들에게도 희망의 빛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꺼진 전화기에서 울리는 생명의 신호

김성수 대표의 특허는 스마트폰의 ‘죽음’을 ‘구조’의 출발선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전원공급이 차단 또는 과방전 제어 신호에 의해 차단되어있거나, 화면이 잠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로 그 순간, 단 한 번의 물리적 버튼 클릭으로 구조 신호가 즉시 전송되는 것. 어떻게 가능한가? 그는 통신 전력, 그리고 사용자 경험((UX) 이라는 세계의 축을 뿌리부터 다시 설계했다.

김성수대표가 본지 특파원에게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특허기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뒷면에 단일의 인체감지 비상버튼을 설치하여 위급시 비상버튼을 누르면 어플리케이션 구동 전원공급 스위치가 켜짐과 동시에 GPS 및 와이파이 회로를 부팅(동작) 하며, 전력은 ‘비상 독립군’처럼 움직인다. 일반 구동계와 완벽히 분리된 초저전력 독립 회로가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강제로 잠재우고 오직 “라디오만 살아 있게” 만든다. 마지막 남은 배터리 한 1%까지 신호 송출에만 집중시키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은 발각과 오작동을 최소화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다. 그의 기술은 ‘전원이 꺼지면 무용지물’이라는 스마트폰의 구조적 한계를, 꺼져도 살아 있는 최소한의 생명 회로로 뒤집어 버린, 안전 기술의 가장 빛나는 혁신이다.

10초의 교감, 생존을 재설계한 UX 철학

“긴급 호출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들키지 않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의 철학은 기존의 모든 SOS 시스템을 부끄럽게 만든다. 현재의 방식은 잠금 해제, 화면 탐색, 여러 번의 터치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범죄나 재난 상황에 처한 사람이 가해자 앞에서 휴대폰을 켜고 화면을 들여다보는 그 ‘결정적 10초’는 구조 요청의 골든타임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김 대표의 특허는 이 모든 과정을 거꾸로 설계했다. 어두운 주머니나 가방 속에서, 점자처럼 손끝의 감각만으로 더듬어 찾을 수 있는 비가시(非可視) 버튼. 실수로 스치는 짧은 탭은 무시하고, 살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길게 누름’만을 인식한다. 버튼이 눌리면 사용자는 짧은 진동 1~2회로 신호가 갔음을 알아챌 뿐, 휴대폰은 어떤 소리나 빛도 내지 않는 ‘무음·무광’ 모드를 유지한다. 가해자에게 추가 노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이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생존 확률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그는 UX를 편의성의 도구가 아닌, ‘살아남는 동선’으로 재정의했다.

5%의 약속, 48시간의 희망 ‘세이프 리저브’

우리 모두는 서서히 꺼져가는 배터리 잔량 표시를 보며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다. 배터리 소진은 곧 세상과의 단절이자 무력화를 의미했다. 김 대표의 기술은 ‘배터리 5%’를 단순한 잔량이 아닌 ‘희망의 보루’로 격리시키는 ‘세이프 리저브(Safe Reserve)’ 개념을 도입했다. 배터리가 5%에 도달하는 순간, 시스템은 일반 기능으로 가는 모든 전원을 차단하고 이 5%를 오직 긴급 신고에 필요한 최소한의 라디오와 센서를 살리는 데만 사용한다. 이 비상 전력만으로 최대 48시간 동안 긴급 신호를 유지할 수 있다. 즉, ‘배터리 소진 = 무력화’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벽하게 전복시킨 것이다. “전원이 꺼져도 작동한다”는 그의 문장이 가장 확실한 기술적 약속으로 구현된 사례다.

보이지 않는 위협, 딥페이크의 심리전을 끊는 법

“엄마, 나 납치됐어.” 딥페이크 기술로 조작된 자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은 마비된다. 범죄자들은 인간의 공포를 파고들어 즉각적인 신원 확인과 금전 이체를 요구한다. 김 대표는 냉정하게 말한다. “통화가 연결된 상태에서 자녀(가족)의 신변을 즉시 확인 할수 있는 기술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의 전략은 ‘속이는 언어 게임’에 말려드는 대신, 즉시 게임의 판을 깨고 시간을 우리 편으로 되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통화 중이라도 비상 버튼을 누르면, 그 즉시 딥페이크 모드로 전환 가족과 기관에 경보가 전송되고, 금융 앱과 연동해 결제와 이체 기능이 선제적으로 차단된다. 딥페이크의 심리전을 데이터와 공권력의 회로로 차갑게 끊어내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원전의 심장에서 다윗의 돌멩이까지, 한 엔지니어의 궤적

그의 집요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뿌리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3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오텔레콤의 전신인 서오기전 시절, 그는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부인 원자력발전소에 있었다. 당시 원전의 초고속 차단기 등 핵심 설비는 100% 수입에 의존하던 기술 식민의 시대였다. 그는 150여 품목을 순수 국내 기술로 대체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에 성공하며 그 공로로 훈포장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5년 연속 최우수업체 표창을 받았다. 국가의 기간 산업을 지탱하는 기술을 만든다는 자부심은 그의 엔지니어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영광의 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2001년, 그는 자녀 보호를 위한 위치추적 및 비상호출 기술을 들고 LG를 찾았다. 기술 협력의 부푼 꿈은 2004년, LG가 유사 기능의 ‘알라딘폰’을 출시하며 악몽으로 변했다. 그때부터 15년이 넘는, 세상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부른 기나긴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이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다. 소송 비용으로 100억 원 가까이를 쏟아부었고, 결국 사옥과 자택까지 팔아야 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그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손을 들어주었음에도,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번번이 패소했고 형사 고소는 공소시효라는 벽에 막혔다. 그러나 결론은 두 기업이 상생의 길을 걷기로 합의했다.

그는 기술의 본질로 회귀했다. 거대 자본과 권력 앞에서도 결코 빼앗길 수 없는 단 하나, 바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소명이었다. 그 억울함과 아픔이 오히려 그의 신념을 더욱 단단하게 벼려냈다. “인간이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은 현실로 만들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원전의 심장을 지키던 한 우직한 엔지니어의 신념은, 거대 기업의 배신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통과하며 더 뜨겁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전원이 꺼져도 작동하는 단 하나의 생명 회로를 낳았다. 그의 기술은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그의 삶 전체가 응축된 처절한 증명이다.

안전이 시장이 될 때, 1조원의 가능성

기술의 사회적 효용이 어떻게 경제적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성수 대표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는 이 기술이 공공성과 수익성의 아름다운 동행을 이끌 것이라 확신한다. 월 2,000원에서 3,000원 수준의 안심 서비스, 월 1,500원의 딥페이크 대응 서비스와 같은 구독형 모델은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험료와 같다. 이것이 통신사와 결합할 경우, 연간 1조 원대의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은 시장이 안전에 얼마나 목마른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차별화된 안전 기능은 통신사의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을 높이고, 고객 이탈률은 20%까지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밤길 공포’와 같은 일상적 불안감이 줄어들면, 여성과 청소년의 이동, 학습, 노동의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선언한다. “우리 특허기술이 강력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국부유출을 막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가장 인간적인 기술이 가장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것.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이윤으로, 다시 사회 전체의 안전망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그의 손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표준을 세우는 자가 인류의 안전을 지배한다

이 기술은 이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여성과 아동의 안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인 글로벌 시장에서, 이 기술을 스마트폰 단말기에 먼저 심을지, OS에 심을지, 통신사에 심을지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해외 유수의 기업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히며 “세계가 먼저 원하는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애플의 팀 쿡이 말했듯, 한국에서 사라졌거나 세계화되지 못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해외 기업이 재조립해 세계 표준으로 만든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이번만큼은 원천기술을 가진 우리가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누가 먼저 표준을 세우느냐가 인류의 안전 지형을 바꿀 것입니다.” 안전은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공공재라는 그의 관점이 선명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불안을 덜어낸 만큼,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김성수 대표의 기술은 ‘휴대폰이 꺼지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현대인의 숙명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 단 한 번의 용감한 반역이, 누군가의 절망적인 마지막 순간을 내일의 아침으로 연장할 수 있다. 기술이 사람을 가장 앞세울 때, 시장은 제 발로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사회가 불안을 덜어낸 바로 그만큼 더 자유롭게, 더 멀리 걸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그의 기술을 채택하고, 표준으로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신념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가, 절망의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햇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