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번호로 전화 걸어와…” 체포·추방 위협, 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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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총영사관 사칭’ 치밀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
“시민권자도 노려…” 링크 접속 유도해 개인정보 ‘탈탈’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진수 씨(가명)는 최근 주시카고총영사관 대표번호(312-822-9485)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매우 놀랐다. 전화 상대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류가 도착했다”며 ”직접 확인하러 오라”는 말을 했다. 김 씨는 ”뭔가 의심스러워서 직접 영사관에 확인했는데, 영사관에서 해당 내용과 관련된 업무가 전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발신 번호를 실제 기관 번호처럼 조작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한인 피해자는 최근 총영사관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어 더욱 불안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차분하고 정중한 한국어로 피해자의 신뢰를 얻으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일리노이 지역에서는 총영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주시카고총영사관(총영사 김정한)은 공식 대표번호(312-822-9485)를 도용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총영사관은 절대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인터넷 링크 접속을 유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인수 동포영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영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2주간 영사관에 피해 사실 확인 문의가 2~3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김 영사는 “한국에서는 유사한 보이스피싱이 워낙 많아 젊은 층은 대부분 의심부터 하는 편이지만, 오히려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시민권자들이 더 쉽게 속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자들은 피해자에게 “당신이 범죄에 연루됐다”, “한국 경찰 또는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며 협조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접근한다. 이어 타인에게 알리지 말 것을 강요하고, 피해자의 의심과 연락 차단을 막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쓴다. 피해자를 인터넷 링크 접속으로 유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스푸핑’ 기술을 활용해 수신자의 휴대폰에 시카고 총영사관 전화번호가 실제로 뜨도록 하고 있다. 김인수 영사는 “영사관 번호로 전화가 와도 무조건 믿지 말고, 반드시 영사관에 직접 확인 전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자들은 검찰청이나 경찰청을 사칭하며 미국서 추방한다거나 체포, 구속 등을 언급해 피해자를 위협하고, 악성 앱 설치를 요구하거나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로 연락처를 옮기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수법은 시애틀, 휴스턴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게 하거나 가짜 구속영장을 제시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김인수 영사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한국 국적자는 한국 경찰청이나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야 하며, 미국 시민권자는 911 또는 FBI,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연방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정보가 유출된 경우에는 즉시 은행에 연락해 계좌 동결이나 변경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악성 앱이 설치됐다면 휴대폰에서 삭제하고 보안 점검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영사는 “총영사관은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인터넷 링크 클릭을 절대 요청하지 않는다”며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으면 즉시 전화를 끊고 반드시 영사관이나 관할 경찰에 문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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