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거제도 ‘구멍’ 논란 확산
미국 교육계와 정치권이 불법체류자의 유권자 등록 사건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오와 주 최대 교육구의 교육감으로 재직 중이던 이언 안드레 로버츠가 불법체류자 신분이었고, 메릴랜드 주에서는 민주당 유권자로도 등록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며 미국 선거제도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버츠는 1999년 가나에서 학생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이후 체류 기한이 만료된 뒤에도 계속해 불법으로 체류해 왔다. 그러던 중 2023년, 아이오와 주 디모인 통합교육구의 교육감으로 임명돼 지역 교육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로 일해왔다.
하지만 최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되며 그의 불법체류 사실이 밝혀졌다. 체포 당시 그는 도주를 시도하다가 숲속에서 발견됐다. 차량 내부에서는 현금 3,000달러와 사냥용 칼, 장전된 글록 19 권총이 발견돼 충격을 더했다. 그는 이미 2020년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적발된 전력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최종 추방 명령까지 받은 상태였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그가 메릴랜드 주에서 민주당 유권자로 등록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메릴랜드 주 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자료에 따르면, 로버츠는 ‘활동 상태(Active)’의 유권자로 명단에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메릴랜드 자유코커스 의장이자 공화당 소속인 매트 모건 하원의원은 “미국 시민이 아닌 인물이 유권자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선거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경고했다.
메릴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법에 따라 실수로 유권자 등록이 된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며,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개별 등록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위원회는 또한 연방 법무부의 유권자 명부 확인 요청에 대해서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은 메릴랜드 선거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은 관련 질의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웨스 무어 주지사, 상원의원 크리스 밴 홀렌, 앤젤라 알소브룩스, 하원의원 글렌 아이비 등 주요 민주당 인사들은 폭스뉴스 등 언론의 질의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로버츠가 재직 중이던 디모인 통합교육구는 그가 교육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데 따라 무급휴직 조치를 내렸다. 교육구 이사회는 “주 교육 면허가 취소된 만큼 계약 조건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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