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와 스트레스, 두피 생태계에 몰아친 ‘침묵의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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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毛)르면 손해, 제시카 박의 탈모 이야기 ②

“한국에서는 머리숱 걱정 한 번 안 했는데, 미국에 와서 몇 년 살다 보니 머리가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했어요.”

최근 상담실을 찾은 박 모(48) 씨의 하소연이다. 한국에서 중견기업 과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5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몇 년간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지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탈모 증상이 급격히 악화돼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박 씨처럼 중장년층 이민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사례는 의외로 흔하다. 단순히 나이 탓만은 아니다. 40~50대에 접어들며 겪는 복합적인 생활 스트레스와 환경 변화가 두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는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오히려 전신에 부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두피는 코르티솔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주요 부위 중 하나다.

첫 번째로 코르티솔은 두피의 면역세포를 약화시킨다. 그 결과, 평소 억제되고 있던 말라세지아 등 염증 유발 곰팡이들이 급속도로 번식하게 된다. 마치 경비가 사라진 틈을 타 도둑이 들어오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코르티솔이 두피에 유익한 미생물들까지 공격한다는 점이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두피 유익균의 다양성이 60% 이상 감소한다. 이는 두피 생태계 전체가 무너진다는 신호다.

박 씨가 처한 미국 생활 환경도 두피 건강에는 부담 요인이었다. 미국 대부분 지역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습도가 낮아 두피의 수분 보호막이 손상되기 쉽다. 자외선이 강한 지역에서는 두피 세포가 직접적으로 손상돼 염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박 씨가 거주 중인 캘리포니아는 연중 일조량이 많은 편인데, 이는 피부에는 좋을 수 있어도 두피에는 그만큼 부담이 되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미국 수돗물에 포함된 염소 농도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보다 2~3배 높은 염소 농도로 인해 매일 머리를 감을 때마다 두피의 유익균과 보호막이 점점 손상되고 있었던 것이다.

식습관 변화 또한 탈모 악화의 숨은 원인 중 하나였다. 바쁜 미국 생활 속에서 박 씨는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었고, 이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렸다. 장내 염증은 혈액을 통해 두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당분·고지방 음식은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고, 결국 두피 건강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또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 섭취가 줄어들면서 전신의 미생물 다양성도 함께 떨어졌다. 장 건강과 두피 건강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복합적 요인은 ‘휴지기 탈모’로 이어진다. 원래 수년간 자라야 할 모발들이 조기에 휴지기로 진입하면서, 한꺼번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이다. 박 씨 역시 “갑자기 머리를 감을 때마다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많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휴지기 탈모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장기간 두피 염증이 지속되면 모낭이 점점 위축돼 결국 모발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다행히도 박 씨는 적절한 대응을 통해 두피 상태를 개선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주말마다 명상을 통해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려 노력했다. 격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산책 위주로 활동하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았다.

두피 보호막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도 병행했다. 뜨거운 물 대신 미지근한 물로 머리를 감고, 염소를 걸러주는 샤워 필터를 설치했다. 외출 시에는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착용하는 습관도 들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두피 미생물 생태계 복원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익균을 직접 공급하거나, 유익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를 활용한 두피 전용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박 씨 역시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한 제품을 꾸준히 사용했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뚜렷한 개선이 나타났다. 두피 가려움 증상이 사라지고, 하루 평균 200개 넘게 빠지던 머리카락 수가 80개 이하로 줄어들었다.

“머리를 감을 때 느껴지는 촉감부터 달라졌어요. 예전엔 거칠고 푸석했는데, 요즘은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들어요.”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탈모가 본격화되기 전에 두피 환경을 먼저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두피가 그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도록 생태계를 튼튼히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탈모도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이 통한다. 지금 당장은 문제없어 보여도, 40대 이후부터는 두피 건강에 관심을 갖고 관리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주에는 ‘50대 이후 호르몬 변화가 모발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과학적 대응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제시카 박 스킨케어 대표
주소: 9220 Waukegan Rd, Morton Grove, IL
문의: 224-713-8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