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파병 1년] ④ 러시아 군사지원·전쟁경험 축적에 北위협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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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푸틴과 회담=연합뉴스

파병 대가로 위성·미사일·대공방어 등 軍기술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아
드론전 등 현대전 경험도 위협 요인…안규백 “北위협 재평가해 대비태세 확립”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1년 전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따른 북러 군사협력으로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북한에 정칠위성과 미사일, 대공방어 등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필요한 군사기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이 드론전 등 현대전 수행에 필요한 전술을 습득한 것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0월 러시아에 1만1천여명을 파병한 데 이어 올해 1∼2월 4천여명을 추가 파병했다.

최근에는 북한군 전투공병 1천여명이 러시아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1만6천여명을 파병한 셈이다.

지금까지 북한군 사상자는 4천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처럼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자국 병력을 파병한 것은 러시아에 바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면서 양국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북한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아울러 북한은 우주 및 대공방어는 물론 미사일, 전차, 함정, 드론 등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필요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북러 협력 동향은 단순한 외교적 행보가 아니라 실질적인 군사협력 강화로 평가된다”며 “북한은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위성·미사일 등 첨단기술을 얻고 러시아는 북한을 통해 군수물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북러 군사협력 강화로 가속화되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현대화와 핵능력 고도화는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우리 정부는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으로 북한 미사일의 정확도가 높아졌고,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에 지원된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투입 초기에는 정확도가 낮았으나, 러시아의 기술 지원으로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기술지원은 위성 및 미사일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북한이 올해 4월 공개한 신형 구축함에는 러시아 ‘판치르’와 유사한 대공방어체계가 탑재됐다. 북한이 5월에 공개한 신형 공대공 미사일도 러시아의 기술지원으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회 국방위원회 유용원 의원(국민의힘)은 “우리도 국산화하지 못한 무기체계를 북한이 먼저 전력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개발에 러시아 기술지원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첨단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전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현대전의 핵심인 드론 관련 경험과 기술을 습득한 것이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유 의원은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4천7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얻은 ‘피의 교훈’을 적용한 각종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특수작전훈련기지를 방문했을 때 등장한 북한 저격수들이 잡초더미로 위장한 길리슈트(Ghillie Suit)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도 드론전을 경험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길리슈트는 드론은 물론 열 영상 장비로도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처음 대규모 파병했을 당시 흰 눈이 쌓인 쿠르스크 개활지에서 무작정 돌격하다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공격에 상당한 피해를 본 후 길리슈트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북한의 실전경험 축적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 강화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북한군의 현대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리 및 무기체계 발전 양상을 분석해 위협을 재평가하는 등 이에 대한 대비태세를 확립하고 능력을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가 핵무기 소형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 등 북한이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 제공에는 인색하다는 관측도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가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 기술 제공은 꺼리고 있어 북한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