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毛)르면 손해, 제시카 박의 탈모 이야기 3
▶“약해진 두피 방어력이 모발 잃게 만든다”
“40대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50대 들어서부터 머리가 눈에 띄게 빠져요.”
최근 클리닉을 찾은 환자 중, 이런 호소를 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달에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찾아온 50대 환자만 열 명이 넘었다.
확실한 건, 50대 이후 탈모는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 들어서’ 생기는 변화라고 넘기기엔, 그 안에 더 깊고 구체적인 원인들이 숨어 있다. 갱년기를 겪고 있는 이모 씨(54세)도 “호르몬 변화 때문인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50대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호르몬 감소’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감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이 커지고, 여성은 에스트로겐 급감으로 두피 수분 유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에스트로겐은 히알루론산 생성을 촉진해 두피를 촉촉하게 유지하는데, 이 기능이 약해지면서 두피는 점차 건조한 ‘사막’이 되어간다.
이 같은 호르몬 변화는 두피의 자연 방어막을 약화시킨다. 젊을 때 충분한 유분과 수분은 유익한 미생물들의 서식처가 되었지만, 50대 이후에는 보호막이 얇아져 자외선, 대기오염, 화학물질 등이 모낭을 직접 공격할 위험이 커진다. 마치 지붕이 부서진 집에 비가 새듯 두피가 손상된다.
더 큰 문제는 두피 미생물 생태계의 붕괴다. 연세대 의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후 두피 유익균의 종류가 20대에 비해 40% 이상 감소하며,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이 급증한다. 이는 마치 좋은 이웃들이 떠난 동네에 문제아들이 몰려드는 것과 같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두피 혈액순환이 저하되어 모낭으로의 영양 공급이 줄고 노폐물 배출도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모낭 주변 염증이 증가하고, 모발은 점점 가늘어지며 빠지기 시작한다.
면역력 저하도 탈모 악화에 한몫한다. 두피의 면역세포 활동이 둔해져 염증성 피부질환인 지루성 피부염, 건선 등이 50대 이후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이모 씨 역시 갱년기 증상과 함께 두피에 붉은 반점과 가려움이 생기고, 긁는 습관이 탈모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졌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40대 후반부터 미리 예방적 관리에 나서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첫째, 호르몬 균형을 보조하는 식단과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콩, 레드클로버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아연,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을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두피 장벽 강화에 신경 써야 한다. 히알루론산, 세라마이드, 펩타이드 성분은 두피 보습과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방어력을 키운다.
셋째, 두피 미생물 생태계 복원이 필수다. 50대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익균을 선택적으로 공급하고, 유익균 먹이 역할을 하는 발효 식물 추출물 활용도 기대된다.
넷째, 혈액순환 개선도 중요하다. 멘톨, 카페인 성분 제품 사용과 규칙적인 두피 마사지가 도움이 된다.
이씨는 6개월간 종합 관리 후 두피 가려움이 사라지고, 붉은 반점이 줄었으며 모발 굵기와 새 털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
“머리 감는 시간이 즐거워졌어요. 예전엔 탈모 걱정에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두피가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탈모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늦출 수 있다. 이미 손상된 모낭은 회복하기 어렵지만 남은 모낭을 보호하고 두피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가능하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할 때다.
다음 주에는 ‘화학 vs 천연 제품’의 차이점과 올바른 제품 선택법에 대해 다뤄보겠다.

제시카 박 스킨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