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차량, 노인 운전에 되레 ‘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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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전화걸기 등 조작 힘들어 주의 빼앗겨

고령자 사고위험 높아져

내비게이션과 음성 컨트롤 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장착한 차량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노인 운전자들에게는 지나친 첨단 기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운전을 더 즐겁고 편하게 하기 위한 기술들이지만, 조작에 능숙치 않은 노인들이 운전 중 주의를 많이 빼앗긴다는 것이다. 오히려 첨단 장비를 조작하느라 한 눈을 파는 시간이 젊은층 운전자들보다 무려 8초나 길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25일 전미 자동차협회(AAA)는 2030년이면 전국 운전자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일 정도로 운전자들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고령 운전자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AAA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체 내비게이션 및 GPS, 온도조절같은 그외 보조장치, 스마트폰 동기화를 통한 음악 재생, 전화 등이 고령 운전자들의 주의를 크게 빼앗는 것으로 조사됐다.

AAA가 유타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설정, 라디오 채널 변경, 음악 선택 등과 같은 간단한 작업을 수행할 때, 평균적으로 고령 운전자(55~75세)가 젊은 운전자(21~36세)보다 도로에서 눈을 떼고 주의를 빼앗기는 시간이 8초이상 길었다. 보통 운전자가 2초만 한 눈을 팔아도 교통사고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심각한 결과라고 AAA는 설명했다.

고령 운전자들은 전반적으로 차량내 기능 조작에 오래 걸렸다. 연구에 따르면 55~75세 운전자들이 차량 기능 조작을 완전히 마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오디오 기능 조작 25.4초, 전화번호 누르고 전화 걸기 22.4초, 문자 33.8초, 네비게이션 조작 40초 등으로 조사됐다.

AAA 측은 “운전자들이 앞에서 시선을 떼지 않도록 음성 명령 기능도 있지만, 이들 일부도 조작하기 복잡하거나 설계 문제로 고령 운전자들이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고령 운전자들을 돕기는 커녕 더 해를 끼칠 수 있다”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이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 중 한 눈을 팔지 않을 수 있도록,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기능 디자인과 조작 방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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