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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년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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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노년의 멋 중에 제일 으뜸은 기품(氣稟)이 아닐까 한다. 이에 덧 붙여서 성찰 (省察)을 지니고 있다면 부와 명예를 다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고 보겠다. 그런데 자기 성찰이나, 자기  반성은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인간은 서로 다른 ‘세 개의 나’를 가지고 산다고 한다. 첫째는 내가 나를 보는 나이고, 두번째는 남이 나를 보는 나이며, 세번째는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차이일 것이다. 멋의 출발은 바로 이 세가지를 아는데서 부터 일 것이다. 또한 멋이란 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히 쓰이면서도 매우 소중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남녀 노인 분들에겐 멋이란 말은 참으로 사치스러운 단어였으리라. 하루 세끼를 해결하기 위한 처절한 하루하루를 보냈을 60년대엔 멋이란 말은 아주 과한 사치스러운 말이 였을 것이다. 그런 시기에 젊은 날을 보냈을 그 분들에게 멋이란 말은 정말로 무슨 의미였을까… 어려운 시대를 지내신 분들 중에  간혹가다가 아주 멋진 분들을 보게 된다. 멋이란 것은 고상한 품격이나 운치로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멋의 욕망은 높은데, 그를 뒷받침해 줄 능력이 모자라 보이는 분들의 멋은 언발란스로 나타날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개 발의 편자”라 했던가.

진정한 멋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로는 멋이란 옷이나 얼굴 따위에 나타나는 세련된 맵시를 말하기가 쉽다. 멋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품(人品)에서 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사람마다에서 뿜어저 나오는 향기(香氣)라는 게 있다. 이것이 타인에게 전달되어지는 것이 멋이다. 스스로가 좋은 옷을 입고 치장을 했다하여 멋진 것은 아니다. 자기만이 아는 뭔가를 이룬 후에 좋다고 하는 것은 자기도취이다. 멋이란 단어는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름이 있다. 자기는 멋이 있다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 말에 공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가 있다.

“멋”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사람이 하얀 와이셔츠를 세탁소에서 찾아 입었을 때의 멋은 참으로 보기가 좋다. 또한 주름 잘 진 바지를 입은 분들도 아름답게 보인다. 지나간 젊음은 다시 오지 않는다. 노년에 대한 멋을 한번쯤은 생각을 해야 한다. 건강을 위한 걷기 운동 시에도 천천히 주변을 보며 걷는 노인은 아름다워 보인다. 작은 꽃 한송이에게도 인사를 하며, 감사하며, 감동하며 걷는 마음이야 말로 진정한 멋진 노인인 것이다. 또한 욕심없이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도 갖추어야 한다. 소유를 초월한 분들도 있다.  자기만을 위함이 아닌 남을 위한 배려심이 있는 모습이나, 분별력이 뛰어나고, 지혜로움을 보여 주는 노인도 멋있어 보인다. 특히나 노년의 멋 중에 으뜸은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태도에 있다. 이런 분들의 표정에는 보이지 않는 은은한 미소가 있다. 가진게 많다고 자랑을 하면서도, 배품에 인색한 마음씨는 놀부 마음과는 비교도 안되는 나쁜 마음의 소유자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들의 얼굴을 보면 얕은 주름도 더 깊게만 보인다. 뒷마당 텃밭에서 키운 애 호박 하나라도 유기농이라 하며 남에게 주려는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신 노인의 마음은 더 없이 아름다운 천사의 마음과 같은 멋을 지닌 분으로 보인다. 노년의 멋이란 외모에서 풍기는 것보다 정신적인 면까지 함께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아름다운 “멋”임을 알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