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밤 불···문화재들도 소실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세계유산으로 인기 관광지인 슈리성터에 복원된 슈리성에서 불이나 중심 건물인 정전(세이덴)을 포함한 주요 건물 7채가 전소했다.
NHK에 따르면 31일 오전 2시40분께 슈리성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뒤 소방차 30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슈리성의 중심 건물인 정전 외에 북전과 남전·반도코로 등 성내의 건물 7채가 모두 소실됐다. 또 정전 등에 보관된 상당수의 문화재가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슈리성은 오키나와에 있던 옛 독립국인 류큐 왕국 시대인 약 500년 전에 지어진 성채로, 일제 시절인 1933년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당시 일제 육군부대 사령부가 있던 이곳에 대한 미군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가 1992년부터 정전을 시작으로 전체 건물이 차례로 복원됐다.
류큐 왕국을 상징하는 슈리성의 대표 건물인 정전은 류큐왕국 시대에 건축된 최대 목조 건축물이다.
가장 최근인 1992년 정전 등 주요 건물의 복원 공사가 끝난 뒤 슈리성 공원으로 문을 연 이곳은 2017년 285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작년 12월 기준으로 일본 국내외 방문객이 6,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인기 관광지였다.
슈리성 터는 2000년 오키나와에 있는 다른 성의 유적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에 잿더미로 변한 정전 등 복원된 건물은 세계유산은 아니지만 류큐 왕국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상징물이 소실돼 오키나와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본 언론은 슈리성의 주요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본 주민들 사이에는 “믿을 수 없다”는 절규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며 ‘오키나와의 보물’이 무참하게 사라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불이 난 이날 새벽까지 축제 행사를 준비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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