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보내온 추수감사절 마스크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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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소사이어티
고 정종례 씨는 재봉 바느질로 마스크 100장을 만들어 보내려다 62장을 만든 후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사진은 정 씨가 만든 마스크.

미니애폴리스 한인, 어머니 유품 정리 중
소망 소사이어티 보낼 마스크 발견해 전달

 

얼마전 오렌지카운티‘소망 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로 박스 한 개가 배달되었다. 이 우편물은 OC 한인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동네인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고 있는 데이빗 정 씨가 보낸 것이다.

소망마스크

이 우편물에는 면 마스크 62장과 함께 정 씨의 메모가 나왔다. 이 메모에는 “뒤늦게 어머님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이 마스크가 소망 소사이어티에 보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라며 “ 그러면서 어머니 ‘제인’ 정종례 씨가 지난 10월 15일 이른 아침 세상을 떠났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 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지인을 통해서 우연히 ‘소망 소사이어티’를 알게 된 후 사역에 공감해 재능기부로 재봉 바느질로 마스크 100장을 만들어 보내려다가 62장을 만든 후 갑자기 별세해 대신해 마스크를 보내게 된 것이다.
그는 “어머님은 아주 열정적으로 마스크를 만드셨다. 노쇠한 그에게 마스크 만들기는 삶을 지탱해 주는 동력이었다”라며 “어쩌면 심한 비바람에도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오 헨리의 걸작 ‘마지막 잎새’를 떠올리며 재봉틀을 돌렸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어머니는 이화 여대를 졸업하고 유학생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온 이민 52년 차로 3년 전 남편을 떠나 보낸 뒤 콘도에 혼자 살았다. 그런 와중에도 한인봉사센터에서 통역이나 독거노인 등을 돌보며 이웃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또 그녀의 재봉 바느질 솜씨는 미네소타 한인사회에선 이미 정평이 나있다.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에서 커튼 및 드레이퍼리 샵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소망소사이어티의 유분자 이사장은 “마스크는 2~3장 단위로 색깔이 모두 달랐다. 각기 다른 천을 구입 재단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라며 “80대 중반의 노약한 여성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을까. 바이블에 나오는 ‘사랑의 수고(labor of love)’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터이다”라고 말하고 이번 생스기빙데이는 그에게 천국에서나마 풍성한 추수감사절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족은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 펀드 미 닷컴’에 계좌를 오픈해 조화나 조의금 대신 ‘한인봉사센터’(KSC)에 어머니 이름으로 도네이션 해 달라고 알렸다. 당초 5,000 달러를 목표했는데 벌써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돈이 모였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전 자신이 몸담았던 한인봉사센터에 적잖은 돈을 기부했다.
<문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