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럴 못 부르고 가족 못 만나···예배·미사도 온라인으로
미국과 유럽의 가장 큰 명절인 성탄절(크리스마스)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차분하고 다소 우울하게 지나가는 분위기다. 아기예수 탄생을 숨죽여 기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족상봉도 어려워지고 말았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전역의 교회들은 성탄절을 맞아 신자들에게 사실상 노래 금지령을 내렸다. 캐럴을 부르면 비말(침방울)이 많이 튀어서 코로나19 전파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MUMC 감리교회는 예배 참석 인원을 축소하고 녹음된 음악을 틀었으며 신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입을 닫은 채 멜로디를 흥얼거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밖에도 대다수 교회가 이처럼 전례를 찾기 힘든 방식으로 성탄절 예배나 미사를 진행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성탄절 때 특히 실내에서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권고한데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성탄절 종교행사를 아예 원격으로 바꾸거나 야외에서 한 교회들도 있다. 테네시주 메리빌에 있는 뉴프로비던스 장로교회는 주차장에서 예배를 하고 FM 라디오로 방송했다. 찬양도 충분한 사회적 거리를 둔 채 3곡만 흥얼거렸다. 오하이오주 메디나에 있는 성프란시스코 성당은 미사를 인터넷으로 신자들의 가정에 실시간 방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영국에서는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돌연변이 때문에 가족모임이 어려워지는 사태가 속출했다. 국내외를 오가는 교통편이 크게 제한된 데다가 일부 지역에 강력한 봉쇄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가족들을 만나러 가지 못해 우울한 이들도 있지만 매년 가족행사를 고역으로 여기던 이들에게는 좋은 핑계가 생긴 면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주에서도 시드니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해 가족 상봉이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에 있는 가족들이 방역규제 때문에 입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ABC뉴스는 방역규제 때문에 화상전화나 회의처럼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가족 온라인 모임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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