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은퇴계좌 소유자들의 5% 이상
2~3회 인출에 평균 액수는 2만 달러
긴급인출 장기적 저축에는 큰 손실
그나마 은퇴계좌 있는 가구 절반 불과
팬데믹이 시작되고 한 달쯤 지난 후 타일러 매티슨은 테크 기업의 일자리를 잃었다. 대학 졸업 후 처음 가진 풀타임 직장이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은 모든 게 괜찮았다. 학자금 부채 7만5,000달러 상환은 일시 유예됐고 주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은 다른 지출에 도움이 됐다. 일부 저축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면서 연방수당은 종료됐고 주정부 수당 역시 끝나가고 있었다. 무언가 플랜이 필요했다. 그것도 즉시. 그의 해결책은 401(k)에 들어있던 8,200달러를 꺼내 쓰는 것이었다. “나는 렌트와 식품비를 감당해야 했다”고 미네소타 세인트폴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사는 금년 24세의 매티슨은 말했다. 추가 지원이 있을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나는 이것만이 내가 필요한 돈을 충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란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팬데믹이 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이후 21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5대 401(k) 플랜 업체들이 관리하는 은퇴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 5대 업체는 Fidelity, Empower Retirement, Vanguard, Alight Solutions 그리고 Principal이다. 근로자들, 특히 타격이 큰 업종인 운송과 제조업 그리고 의료 분야의 근로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구제법안에 따라 만들어진 탄력적 인출 허용 조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백만 명이 실직을 하고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수치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 5대 업체 401(k)와 403(b) 고객들의 5%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해의 인출 보다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이전에는 보다 더 엄격한 규정에 의거해 경제적 곤란을 사유로 한 인출이 가능했었다.
그동안 시행돼 온 다양한 연방 구제프로그램들-현금 구제와 좀 더 관대한 실업수당 그리고 연방 학자금 상환 중단 등을 포함한ㅡ은 타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만약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재정적 타격을 받은 가구들의 인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특히 배우자가 실직을 할 경우 은퇴계좌 인출은 줄어든 가구 수입을 메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59.5세가 되기 전 과세가 유예된 계좌에서 인출하는 것은 소득세에 더해 10%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그러나 일시적인 구제법안에 따라 팬데믹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401(k), 403(b), 457(b) 그리고 전통적인 은퇴계좌 등 과세유예 계좌들로부터 10만 달러까지 페널티 없이 인출할 수 있게 됐다. 이 조항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일부 플랜들은 이미 특정 조건들 아래 경제적 곤란에 따른 인출을 허용하고 있었다. 관련 조항들은 2019년에 일부 완화된 바 있다. 그러나 팬데믹 구호법안은 이를 한층 더 쉽게 해 주고 있다. 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적 곤란으로 인출하는 것은 여전히 과세 소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라이어빌리티는 계좌 소유주가 별도의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3년에 걸쳐 분할된다. 그리고 3년 안에 다시 과세유예 계좌로 집어넣을 경우에는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최대 은퇴플랜 기업인 Fidelity의 경우 지난 11월21일까지 140만 명의 가입자들이 코로나 관련 인출을 했다. 이는 인출 자격이 있는 직장 플랜 참여자들의 5.6%에 해당한다. 이 업체에서는 통상적으로 경제적 곤란을 이유로 인출하는 플랜 소유자 비율이 2.2% 정도였다.
지난해 평균 인출액은 약 2만 달러 정도이며 종종 2~3회에 걸쳐 인출했다. 지난 수 년 간의 통상적인 인출액의 3배 이상에 달하는 액수이다. Fidelity의 지니 탐슨 수석부사장은 “사람들은 필요한 액수만큼만 인출해 전체적인 저축상황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 한다”며 “401(k)가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 될 것이라는 인식들이 있으며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것에 마구 손을 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직장플랜 업체인 Vanguard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 11월30일까지 5.3%의 가입자들이 인출을 했다. 평균 액수는 2만3,99달러였다. 지난 5년 사이 이 비율은 3.2%였으며 평균 액수는 7,351달러였다. Principal에서도 5.7%가 인출했으며 평균 액수는 1만6,500달러였다. 특히 제조업과 의료 그리고 전문직/과학 분야 근로자들의 인출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인출을 하지 못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금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출할 수 있는 계좌를 가질 만한 호사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보스턴 칼리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 중 절반만이 401(k)나 전통적 개인은퇴계좌에 돈을 갖고 있다. 은퇴계좌가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팬데믹 실직으로 한층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얼마나 적은 가구들이 긴급 상황에 대비한 저축을 갖고 있는지에 관한 초점을 좀 더 분명히 해주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대기업들 가운데 약 10% 정도는 이런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은퇴계좌 내에서 일부 돈을 따로 떼어놓은 방법을 제공하거나 단순히 교육을 시켜주는 것 등이다.
하지만 팬데믹이 초래한 타격이 너무 커 통상적인 저축관련 조언-가령 3개월에서 6개월 치 기본 생활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등-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3월 실직자들은 이미 저축을 거의 다 소진한 상태일 수 있다.
팬데믹 법안으로 페널티는 적어졌지만 인출은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가령 1만400달러를 인출한 연 수입 6만2,000달러 43세를 가정해 보자. Vanguard 분석에 따르면 이는 지난 5월까지 돈을 인출한 전형적인 미국인에 해당한다.
인출한 1만 달러는 인플레를 배제한 연 4% 수익을 고려할 때 24년 후 2만,5000달러가 될 수 있는 돈이다. 이 돈을 메우려면 저축률을 1년에 1%포인트씩 계속 올려야 한다. 하지만 돈을 인출해야한 하는 상황에 놓여 있던 사람들은 당분간 저축을 늘릴 여력이 없다.
매티슨 같은 젊은이들에게는 시간이 좀 더 많다. 하지만 그는 풀타임 일자리, 특히 자신의 전공분야인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사운드 디자인 일로 돌아가는 데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워싱턴의 구제법안 상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자금 부채 상환 유예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2월부터 상환을 재개해야 하는 처지다.<By Tara Siegel Ber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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