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에버기븐’ 호 운하 막아
언제 뚫릴지 난감···“글로벌 공급망 마비 우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름길 수에즈운하가 가로막혔다.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좌초되면서다. 언제 다시 개통될지도 미지수다. 배송 기한을 맞춰야 하는 선박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자칫하면 코로나19로 이미 타격을 입은 글로벌 공급망이 또다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운용하는 파나마 선적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해 수로를 사흘째 가로막고 있다고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길이 400m, 너비 50m의 2만388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280m 폭인 운하를 비스듬히 막으면서 국제 해상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운하 인근에서 불어닥친 강풍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선 운하 관리 당국은 제방에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선수 부위를 끌어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예인선 8척과 굴착기를 투입해 선체를 수로 방향으로 바로 세울 목적으로 한쪽에선 끌어당기고 다른 한쪽은 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선박의 크기가 큰 데다가 일부가 모래톱에 박혀 이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선체를 다시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실린 화물들을 들어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AFP통신은 컨테이너 하역까지 착수하게 되면 운하 통항이 수주간 중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에즈운하를 사용할 수 없다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야 한다. 이에 따른 거리 손실은 9,000km에 이른다. 수에즈운하의 총연장 200km의 40여 배이며 지구 4분의 1 바퀴에 달한다. 소요시간도 수에즈운하 통행시 11~16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11일이 걸린다. 항해가 길어지면서 연료비나 인건비가 폭증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마비 사태다. 피터 샌드 발틱국제해운이사회(BIMCO) 수석 분석가는 “최근 수십 년 동안 해상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해 적시에 선적을 수행할 수 있었으나 컨테이너 운송이 늦어질 경우 일부 생산 라인이 중단될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란지스 라자는 “선박 정체가 며칠 또는 몇 주간 계속될 수 있고 국제 시장의 일정도 차례로 영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현재 운하 양쪽에 정체된 선박이 185척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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