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굴기’중국“미국 게 섰거라”···화성탐사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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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항공관제센터에서 지난 15일 중국 기술진들이 무인 탐사선 화성 착륙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

톈원 1호 화성 착륙 성공
미·러 이어 3번째 국가
미와 사상초유 화성 경쟁
시진핑“선진국 반열에···”
“다음 탐사 목표는 목성”

“화성 도착. 지구의 친구들, 안녕.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렸어.” 중국 화성탐사선 톈원 1호에 실린 탐사차량 주룽이 15일 착륙 후 지구에 보내온 첫 메시지 일부다. 중국 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중국 탐사선이 행성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건 처음이다. 이로써 미국, 러시아(구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화성탐사에 나섰다. 2월 미국 ‘퍼서비어런스’가 먼저 도착한 상황에서 미·중 양국 탐사선이 동시에 화성을 누비는 사상 초유의 경쟁이 시작됐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은 15일 중국국가항천국(CNSA)을 인용, “톈원 1호가 오전 7시18분 화성 최대 평원지대 유토피아에 안착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로켓 창정 5호에 실려 발사한 지 10개월 만이다. 톈원 1호는 7개월간 4억7,000여만km를 날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해 우주공간에서 화성을 관측해왔다. 톈원 1호는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차량(로버)으로 구성돼 세계 최초로 화성 상공과 표면, 지하 탐사활동 등 3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톈원 1호는 오전 1시쯤 고도를 낮추기 시작해 4시쯤 착륙선이 궤도선과 분리됐다. 이후 3시간 동안 비행했고, 특히 고도 125km에서 화성 표면에 착륙하면서 역추진 로켓을 분사해 마지막 9분간 속도를 시속 2만km에서 0으로 떨어뜨리는 ‘마의 구간’을 거쳤다. 화성의 극한 대기 환경과 지구에서 실시간 원격 조종이 불가능한 난점 때문에 이 단계의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 퍼서비어런스는 착륙에 7분이 걸렸다.

시진핑 주석은 착륙 성공 직후 축전을 보내 “용감한 도전으로 중국이 행성 탐사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시속 200m로 이동할 수 있는 로버 ‘주룽(祝融·불의 신)’은 주위 환경을 파악한 뒤 이르면 22일쯤 착륙선에서 내려와 3개월간 화성 표면과 지하 100m 아래 얼음층 등 지질조사에 나선다. 28일쯤 지구로 첫 자료를 송신할 예정이다.

그 사이 궤도선은 고도 265~1만2,000km 사이 극타원궤도를 돌며 1년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주룽이 화성탐사 정보를 실제로 지구에 송신하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구소련은 1971년 착륙 성공 이후 교신이 끊겨 실패했다. 반면 주룽은 “지구 친구들 안녕, 오늘 화성 표면에 도착했어.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렸어”라는 내용의 첫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번 착륙으로 중국은 ‘우주 굴기(우뚝 섬)’에 한발 더 다가섰다. 미국이 1976년 이후 9차례 화성 착륙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화성탐사는 이제 시작이지만 중국은 기세가 맹렬하다. 2019년 달 뒷면에 인류 최초로 탐사선을 착륙시켰고, 지난달에는 자체 우주정거장을 구성할 핵심 모듈을 쏘아 올렸다. 중국은 2024년 달 뒷면, 2030년 이전에는 화성의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미·러 양국은 경쟁에 앞서 일단 착륙 성공을 축하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청장은 텔레그램에 “우주 연구 프로그램의 큰 성공이다. 선도적 우주 강국의 태양계 행성 탐사 부활을 환영한다”고 했고, 토마스 주부첸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임무본부장은 트위터에 “이번 임무가 화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톈원은 ‘하늘의 진리를 묻는다’라는 의미다.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취위안(屈原)의 시 제목에서 따왔다. 우주 탐사를 통한 과학적 진리 추구는 멀고도 험하다는 뜻이 담겼다. 중국은 2011년 화성궤도선 잉훠(螢火) 1호를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어 발사했지만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해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후 2016년 중국 정부가 ‘독자 화성탐사’로 임무를 바꿔 승인했고, 5년 만에 새로운 족적을 남겼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중국이 다음 목표는 ‘목성’이라며 우주 탐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17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화성 탐사 프로젝트 총설계자인 장룽차오는 15일 중국중앙(CC)TV에 출연해 화성과 목성 등에 더 많은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룽차오는 중국의 미래 개발 계획에 포함된 ‘행성 탐사’ 프로젝트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톈원 1호의 착륙 성공으로 이번 임무의 성공에 가까이 가게 됐다”며 “우리의 다음 임무는 톈원 2호, 톈원 3호 등 더 많은 탐사선을 화성과 목성 등에 보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가 승인되면 우리는 ‘중국식 속도’에 맞춰 가능한 한 빨리 임무를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과학적 탐사를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술 발전시키고 지식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굵직한 우주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공하며 우주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2019년 달의 뒷면에 인류 최초로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착륙시키더니 지난달에는 자체 우주정거장 톈허(天和)를 구성할 핵심 모듈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화성 착륙 성공을 기뻐하면서도 행성을 탐험하겠다는 중국의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했다. 왕야난 항공우주잡지 ‘항공지식’ 편집장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톈원 1호의 성공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중국은 앞으로 인간을 화성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우주산업이 더 깊고 더 먼 우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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