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수출통제국’ 간신히 피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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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 워싱턴D.C.에서 돈 그레이브스(왼쪽) 연방 상무부 부장관을 만나 러시아 수출통제 공조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이 3일 대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적용 예외 대상국에 한국도 포함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지난달 24일 수출통제 제재를 발표한 지 꼭 일주일만이다.

정부는 한국의 수출통제 시스템이 미국과 다르게 구성돼 있어 FDPR 적용 면제를 인정받기까지 미국과 사전 협의가 많이 필요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대러 제재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도 독자 제재에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쳐져서 그런 게 아니냐고 지적해 왔다.

결국 정부가 미국측과 집중 협상을 벌여 FDPR 적용 면제에 합의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러 수출통제 조치에는 수출통제리스트(CCL)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 항목에 대해 FDPR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한국 기업이 FDPR 적용 대상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상무부 판단이 나올 때까지 관련 제품·부품의 러시아 수출이 일시 중단되게 된다. 관련 업계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일찌감치 대러 독자 수출통제에 나서겠다고 밝힌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에 대해 FDPR 규정 적용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한국 역시 제재 동참 의사를 밝혀 사실상 미국과 보폭을 맞추겠다고 했음에도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해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제재 동참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독자제재에 선을 그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측면이 있다.

미국이 수출통제를 발표하자 ‘적극 동참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여기에 ‘독자제재 배제’를 언급하기까지 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4일 ‘대러 독자 제재도 포함해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일부 국가가 선언한 ‘독자 제재’가 미국 방침의 복사판이었고, 우리 정부 역시 이를 도입했거나 할 예정이었음에도 ‘독자 제재’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었다.

물론 러시아와 한반도 문제 등을 위해 공조해야 할 위치에 있는 한국으로선 제재에 가담하면서도 러시아를 자극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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