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15% 득표’ 정의당의 미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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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후보 역대 최저 득표율
‘유일한 페미니스트 후보’ 자청에도
2030 여성들, 윤 막으려 이 찍어
정의당 최대 위기 속 보궐선거 선전
안성서 20% 득표 ‘3위 존재감’ 뽐내

심상정<사진/로이터> 전 대선후보의 패배에도 정의당에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는 않았다.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로 역대 진보정당 소속 후보 중 최저 득표(2.4%)를 했지만,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제3의 선택지’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심 전 후보에게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후원금’이 쇄도했다.

심 전 후보와 정의당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유일한 제3지대 후보임을 강조했다. 여성·노동·환경 등 ‘잊혀진’ 진보 의제를 앞세웠고 ‘유일한 페미니스트 후보’를 자처했다. 2030세대 진보·부동층 여성 표심을 노린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심 전 후보는 5년 전 대선 당시 자신이 받은 진보정당 후보 최고 득표율(6.17%)은 물론 2007년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의 득표율(3.0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진영 결집 구도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중도 사퇴로 제3지대 후보가 설 공간이 좁아진 것이 배경이었지만, 당대표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엄호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자초한 심 전 후보의 책임도 있다. 심 전 후보는 10일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양당 정치의 벽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1세대 진보정치의 한계이자 저 심상정의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정의당의 미래가 잿빛만은 아니다.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는 각각 15.32%와 20.15%를 기록하며 ‘존재감 있는 3위’를 차지했다. 2030 여성도 비록 대선에선 ‘젠더 갈라치기’에 나선 윤석열 전 국민의힘 후보(당선인)를 견제하기 위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했지만, 심 전 후보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니었다. 실제로 전날 투표 시작 후 이날 새벽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약 12억 원의 후원금이 몰렸다. 이 전 후보에게 투표한 여성 유권자들이 후원금으로 마음을 대신한 것이다.

정의당은 여성·노동·환경 의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들며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기로 했다. 여영국 대표는 “기득권 정치로부터 배제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행보를 더 간절하고 당당하게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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