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대선 판가름은 후보가 아닌 현직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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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우)

지리상 북미와 중남미를 나누는 기준은 파나마 지협이다. 따라서 멕시코도 북미에 속한다. 1992년 북미자유무역지대(NAFATA)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세 나라가 함께 체결했고, 현재 USMCA로 북미 3국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대선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에서 박빙이라며,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9월과 10월 여론조사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북미대륙에서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은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왜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대통령은 승리했고, 미국의 해리스 부통령은 패배했나?

■ 미국과 멕시코 대선 승패는 결국 현직 대통령
이번 미국 대선은 현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일리노이에서 44.5%, 뉴욕에서 44.2%, 캘리포니아에서 38.1%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일리노이 40.6%, 뉴욕 37.7%, 캘리포니아 34.3%를 득표했다. 이 주들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이 지역들에서도 4년전 선거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고물가로 악명높은 곳이며,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로서 뚫기 어렵다는 뉴욕주의 40%벽을 뚫었다. 고물가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가 민주당 텃밭에서도 표출된 것이다.

멕시코는 물가상승 이슈보다도 치안에 대한 이슈가 더 컸다. 그러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전 대통령은 재임당시 ‘총알보다는 포옹’이라는 정책을 폈지만, 범죄율은 계속적으로 높아만 갔다. 멕시코 경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AMLO 정권 후반기인 2023년까지 살인율은 62.6% 증가했다. 그가 퇴임할 무렵에는 시날로아(Sinaloa)주에서 카르텔 내부 무력충돌까지 발생했다. 멕시코 국민들이 원하는 치안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국민들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지만 지지율 차이는 극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 국정지지도 여론조사에서 37%를 차지했다. 그러나 AMLO 대통령은 치안에 대한 부정평가가 60% 이상이었음에도 멕시코 대선 이후 그의 지지율은 66%를 기록했다.

경제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인플레 문제로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지만, 멕시코는 미중갈등을 이용한 니어쇼어링 경제전략으로 대미수출 1위를 달성한 국가가 됐다. 경제성장과 환율안정으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 대선후보 등장시기 차이
대선후보로 등장한 시기의 차이에서도 해리스와 셰인바움의 차이를 갈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3~4개월전의 후보사퇴로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에 나섰다. 그러나 그녀는 대통령 후보로서 검증받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폐인으로 지적됐다.

이와는 다르게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6년의 임기 중 3년차 되는 시점에 후계구도를 세웠다.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이용하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을 극찬하면서 그녀가 자신의 후계자임을 직간접적으로 내세웠다. 멕시코 대통령이 6년 담임제라고 할지라도 과거사례에 비춰 볼 때 집권 3년차부터 후계구도를 내세운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대선은 현직 대통령들의 정치력과 능력이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해리스 자체의 문제보다는 바이든의 경제실정을, 멕시코 유권자들은 AMLO에 대한 지지를 셰인바움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미국의 집권당은 패배했고, 멕시코의 집권당은 승리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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