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미국에서 박멸됐다고 여겨졌던 신세계 나사벌(New World Screwworm, 이하 NWS)이 멕시코에서 다시 발생하면서 미국 축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이 기생 파리의 재출현 가능성을 경고하며 남부 국경을 통한 소, 말, 들소의 생체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엑스를 통해 “신세계 나사벌의 위협으로 인해 미국 남부 국경의 모든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소, 말, 들소의 수입을 즉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이 기생충이 미국에 침투했을 때 축산업이 회복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 나사벌은 쿠바,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 일부 남미 국가에서 발견되는 기생 파리다. 성충은 주로 숲이나 초지에 서식하지만, 소나 말처럼 따뜻한 피를 가진 동물의 상처나 구멍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유충(구더기)은 숙주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며 살을 갉아먹는다. 이 때문에 ‘나사벌(Screwworm)’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더기가 나사처럼 회전하며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에 따르면, 유충은 날카로운 입갈고리로 숙주의 조직을 뜯어내면서 상처를 확대시키고, 이로 인해 더 많은 파리들이 알을 낳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드물지만 사람도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 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조직 손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체 조직에 파리 유충이 기생하는 ‘마이아시스(Myiasis)’라는 질병을 유발한다.
나사벌은 주로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자주 발견된다. CDC는 해당 지역을 여행하거나, 가축 근처 야외에서 숙박하고, 상처가 있는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 어린이와 노인, 영양실조 환자, 최근 수술을 받은 사람들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파리는 노출된 상처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국 남서부 축산업은 이 기생충으로 인해 연간 1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USDA는 남서부 지역이 가축 밀도와 기후 특성상 월동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나사벌은 1966년 미국 전역에서 박멸됐지만, 2016년 플로리다 키스 지역에서 국지적 감염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는 멸종 위기 종인 열대 사슴(deer) 개체군에만 국한됐으며, 방사불임 파리(Sterile Fly) 방출 등을 통해 2017년 3월 완전히 퇴치됐다.
USDA는 현재 멕시코 당국과 협력해 감염 확산 차단과 검역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