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집단지도체제로 회귀 조짐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정권 교체를 둘러싼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가 최근 들어 불안정해졌다는 것이 당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언론사 비전타임스는 내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미 결정된 수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시 주석의 퇴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권력 구조는 다시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비전타임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4일, 약 2주간의 공백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외국 정상과의 회담 장소로 전통적인 외교 공간인 댜오위타이 영빈관 대신, 중난하이라는 내부 공간을 택했다. 회담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진행됐으며,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형식이었다.
더욱 주목된 점은 회담 장면을 보도한 중국 관영매체의 편집 방식이라고 비전타임스는 전했다. 방송 영상에는 시 주석의 육성없이 단지 입 모양만 보여지는 화면과 함께 앵커가 대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대체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1면에서도 시 주석의 이름이 사흘 연속 빠졌는데, 이는 시 주석이 최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2018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그의 정치적 위상이 실제로 흔들리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비전타임스는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가장 강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왕양 전 전국정협 주석이다. 그는 38세때 중국 최연소 부성장으로 발탁됐으며, 2013년에는 국무원 부총리, 2017년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시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개혁 성향 인사였던 왕은 지난 지도부 개편 당시 배제됐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왕양의 복귀 가능성이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정치 프로그램 ‘파이널 워(Final War)’를 진행하는 캐서린 후는 “심지어 시 주석 본인도 왕양의 승계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고 전하며, “후춘화를 절대 신뢰하지 않는 시 주석 입장에서, 왕양은 자신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적은 ‘안전한 후계자’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가깝다. 이에 따라 7~8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20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로운 지도 체제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전타임스는 전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왕양이 당 총서기 대행으로 당무를 관장하고, 후춘화가 국무원 총리로 임명되는 방식이다. 이 둘을 지원하는 인물로는 원자바오 전 총리가 지목된다. 캐서린 후에 따르면, 이는 명목상 왕양 중심의 지도체제지만, 실질적인 조율은 원로급 정치인들이 맡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은 ‘임시 중앙지도소조’를 구성해 과도기를 관리할 방침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조는 제15기 중앙위원회부터 제19기까지 각 기수별 대표 인물들이 참여하는 형태며, 이는 덩샤오핑 시절 도입됐던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셈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소조 인물로는 왕양(19기), 왕치산(18기), 원자바오(17기), 후진타오(16기), 리루이환(15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기의 권력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 통치’를 통해 정국 안정을 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평론가 후는 “누가 지도자가 되든, 지금과 같은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한 본질적인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총서기가 누가 되든 간에, 이미 시한폭탄을 떠안게 되는 셈”이라며, “그 폭탄의 도화선은 이미 점화됐다”고 말했다. 즉, 포스트 시진핑 시대는 ‘질서 있는 이양’이 아니라, 더 큰 혼란과 갈등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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