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와 그리스 일부 지역은 90세를 훌쩍 넘기도록 장수하는 이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매일 식탁에 어두운 잎채소에 올리브오일을 곁들인 간단한 요리를 올린다. 오래전부터 심장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꼽혀온 이러한 식습관 속에서, 최근 주목받는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 K’다.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비타민 K는 최근 뼈와 혈관, 심지어 세포의 에너지 시스템까지 노화로부터 보호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K는 항염·항산화 작용을 통해 나이가 들며 흔히 나타나는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비타민 K는 특정 단백질을 활성화해 뼈와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뼈에서는 오스테오칼신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해 칼슘이 잘 결합하고 뼈의 강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혈관에서는 또 다른 단백질을 작동시켜 칼슘이 동맥벽에 쌓이는 것을 막는다. 비타민 K가 부족하면 이러한 단백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뼈가 약해지고 동맥이 딱딱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골절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또한, 비타민 K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비타민 K의 한 형태인 K2는 미토콘드리아 활동을 안정화해 세포 손상을 줄이고 심혈관 질환과 관절염 등 노화 관련 질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각한 비타민 K 결핍은 드물지만, 경미한 결핍은 흔히 발견되지 않고 지나칠 수 있어 뼈, 혈관, 뇌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미국 영양학회 대변인인 등록 영양사 안젤 플라넬스는 “노화로 인해 뼈 밀도가 감소하고 심장질환과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럴 때 비타민 K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비타민 K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균형 잡힌 식단이 기본이다. 플라넬스는 “다양한 비타민 K 풍부 식품을 꾸준히 식단에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타민 K는 크게 K1(필로퀴논)과 K2(메나퀴논)로 나뉜다. 두 가지 모두 필수지만, 각각의 공급원과 역할은 다르다.
비타민 K1은 주로 녹색 잎채소에 풍부하다.
- 주요 공급원:
- 케일
- 시금치
- 콜라드 그린(겨자잎 종류)
- 스위스 차드
- 파슬리
- 브로콜리
- 방울양배추
- 카놀라유, 대두유, 올리브오일 등 식물성 기름
- 케일
비타민 K2는 발효식품과 동물성 식품에 많다.
- 주요 공급원:
- 낫토(일본 전통 발효 콩 요리)
- 하드 치즈
- 달걀 노른자
- 간
- 기타 육류
- 낫토(일본 전통 발효 콩 요리)
플라넬스 영양사에 따르면, K1은 혈액 응고에 필수적이며, K2는 뼈와 심혈관 건강에 장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내 세균도 일부 K2를 생산한다.
비타민 K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흡수를 돕기 위해 소량의 건강한 지방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플라넬스는 “샐러드에 올리브오일을 뿌리거나, 아보카도와 함께 먹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질환이 있거나 지방 흡수에 문제가 있는 사람, 골다공증을 앓는 고령자, 저지방 식단을 따르는 사람은 의료진의 지도 아래 보충제를 섭취할 수도 있다.
비타민 K는 지용성인 만큼, 주로 보충제 형태로 과다 섭취할 경우 체내에 축적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품을 통한 과다섭취는 매우 드물지만, 보충제를 과용할 경우 혈액 희석제(와파린 등) 효과를 떨어뜨려 혈전이나 뇌졸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혈액 희석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식단이나 보충제를 통해 비타민 K 섭취를 갑자기 늘리기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한, 위장질환이나 만성 신장질환 등으로 흡수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
플라넬스 영양사는 K1과 K2가 모두 포함된 균형 잡힌 하루 식단을 추천했다.
- 아침: 달걀 노른자가 포함된 스크램블 에그, 올리브오일에 볶은 시금치, 통밀 토스트
- 점심: 케일·퀴노아 샐러드, 당근채, 병아리콩, 아보카도, 레몬-올리브오일 드레싱
- 간식: 하드 치즈 또는 그릭 요거트
- 저녁: 연어구이, 찐 브로콜리, 구운 고구마. 낫토 또는 사워크라우트(발효 양배추) 추가 가능
- 디저트: 다크 초콜릿 또는 블랙베리·블루베리 등 비타민 K 풍부한 베리류
현재 비타민 K가 공식적인 ‘노화 방지 영양소’로 인정되기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코펜하겐대학교 의사이자 연구 교수인 앨런 린네버그 박사는 “비타민 K가 기적의 영양소라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우리는 이 부분을 적극 연구 중이며, 아직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팀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인터비타민 K(InterVitaminK) 시험’ 결과는 2027년께 발표될 예정이다.
<심영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