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모함 홍콩 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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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고조되는 해상 긴장 속 무력 과시

중국이 최근 항공모함 산둥함을 홍콩에 입항시키며 해상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영국으로부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8주년을 맞은 직후 이뤄졌으며, 중국이 해군력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져 주변국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중국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홍콩에 정박한 바 있다. 산둥함은 중국이 자체 건조한 두 번째 항공모함으로, 최근에는 랴오닝함과 함께 서태평양에서 군사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산둥함은 이번 방문에서 구축함 2척과 프리깃함 1척의 호위를 받으며 7월 3일부터 5일간 홍콩에 머물렀다. 산둥함은 2019년 실전 배치됐으며, 중국이 자체 건조한 첫 항공모함으로, 중국의 해양 전략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은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시험 운항 중이며, 네 번째 항공모함도 건조에 돌입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이 370척 이상의 군함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미국을 제치고 군함 수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중국의 두 항공모함이 서태평양에서 동시에 실시한 훈련에 대해 “장거리 전투 능력 향상을 노린 것”이라며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도 지난 4월 산둥함이 미·필리핀 연합 군사훈련 기간에 출현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더욱 악화시켰다.

또한, 같은 달 중국은 산둥함을 동원해 대만 주변 해상에서 봉쇄 작전을 시도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며 무력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선밍스 연구소장은 “중국이 이번 산둥함 홍콩 입항을 통해 서방에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대만 안보 전문가인 충즈퉁 연구위원은 “이번 항공모함의 홍콩 정박은 홍콩 시민들에게 중국의 국방력 우위를 과시하고, 이른바 ‘애국심 고취’를 노린 정치적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산둥함과 랴오닝함 모두 구소련이 설계한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J-15 전투기와 중국제 헬리콥터를 탑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항공모함의 기술 수준과 작전 능력이 여전히 미국 항공모함에 크게 뒤처진다고 지적한다.

중국 해군의 한계는 공급망에서도 드러난다. 산둥함은 홍콩에 입항하기 전 중국 하이난성 싼야 항구로 돌아가 보급과 정비를 마친 뒤 홍콩으로 이동했다. 이는 미국 항공모함과 비교해 중국 해군의 해상 작전 능력이 크게 뒤처져 있음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중국 항공모함은 모두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으로, 약 7일간 작전이 가능하다. 이후 보급선에 의존해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 보급선이 격침되면 항공모함의 작전 능력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중국은 1·2차 섬사슬(일본, 대만, 필리핀 등) 내에 해외 군사기지가 없어 보급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대만, 일본, 필리핀 등 주변국들은 이러한 중국 해군의 약점을 겨냥한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남서부 도서 지역에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배치했고, 대만도 섬 북부에서 동부에 걸쳐 지상발사 대함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대만 공군 F-16 전투기와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도 하푼미사일 및 함대함 미사일을 통해 중국 항공모함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도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배치했다.

충즈퉁 연구위원은 “중국 항공모함의 작전 반경이 1차 섬사슬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공급망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태평양 심해까지 중국 해군이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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