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베트남과 체결한 새로운 무역 협정의 핵심에는 트랜스십먼트(우회 수출) 방식으로 유입되는 상품에 대한 40% 고율관세가 포함돼 있다. 트랜스십먼트란 한 국가의 상품을 제3국으로 보내 간단한 가공이나 포장, 라벨 변경을 거쳐 원산지를 조작, 실질적으로는 원산지 국가의 고율관세를 회피하는 수출 전략이다.
오랜 기간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무역제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등 인접 국가를 통해 트랜스십먼트를 적극 활용해 왔다. 이를 통해 대중 고율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국제 운송회사 프레이트 라이트 글로벌 로지스틱스(Freight Right Global Logistics)의 CEO 로버트 카차트리안은 에포크타임스에 “미국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 슈퍼 301조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제조업체들은 가만히 앉아 비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트랜스십먼트는 중국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우회 전략 중 하나”라고 밝혔다.
2025년 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국가안보와 펜타닐 확산 문제를 이유로 제시한 조치였다. 이후 6월에 미국과 중국은 부분적인 무역 합의에 도달했으나, 슈퍼 301조에 따른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백악관 무역보좌관 피터 나바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 중 3분의 1은 사실상 중국산”이라며, “중국이 베트남에 의류, 전자제품, 가구 등 자국산 대량 물품을 보내 ‘메이드 인 베트남’ 라벨만 붙여 미국에 보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트남은 미국에 15달러어치 팔면서, 미국은 1달러어치밖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 15달러 중 약 5달러는 중국산을 포장만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랜스십먼트는 해상운송뿐만 아니라 대형 항공화물 거점이나 철도, 트럭을 통한 다중운송 방식으로도 이뤄진다.
우회수출은 베트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대만,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을 활용해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기계류 등의 상품을 우회 수출해왔고, 멕시코 또한 주요 루트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이스라엘, 캐나다, 스리랑카 등도 일부 참여하고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무역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고율관세를 부과하기 전부터 중국은 동남아로의 수출을 급격히 늘려 왔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트랜스십먼트를 무역 협상의 핵심 사안으로 만든 배경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대상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우회수출로 들여온 제품에는 원래 부과되는 높은 관세를 그대로 적용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라오스는 40%, 캄보디아와 태국은 각각 36%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스위스쿼트 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는 명백히 중국발 우회수출을 겨냥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 및 주요 교역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우회수출 단속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세관 공무원들에게 ‘메이드 인 베트남’ 라벨 관리 강화 및 공장 현장 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 반 탕 베트남 재무장관은 지난 2일 내각회의에서 “이번 미국과의 무역 합의는 기업들에게 기대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협상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회수출을 포기하고, 정식 생산기지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은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 이전지로 급부상하며 주요 제조 및 조립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4년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은 약 13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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