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건설현장 인력난 심각
일자리 창출 여력도 위축
미국 내 이민 노동자 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각 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약 120만 명의 이민자 노동 인력이 미국 노동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불법 체류자 모두를 포함한 수치로, 이는 미국 내 전체 이민자 수가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경 단속을 강화한 이후 나타난 것으로, 강제 송환, 자발적 귀국, 추방 회피, 통계 누락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민자 노동력이 빠르게 줄면서 농업·건설·서비스업 등 이민자 의존도가 높은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뚜렷한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의 한 대규모 농장에서는 옥수수와 목화 수확철을 맞이했음에도 가공 공장으로 보낼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해 수확이 늦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수박과 멜론 수확 시기에 단속이 겹쳐 일부 농작물을 폐기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건설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건설협회에 따르면 대도시에서 최근 절반에 가까운 건설 일자리가 줄었다. 하지만 이는 일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온타리오 지역에서는 7,200개의 일자리가,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글렌데일 지역에서는 6,200개의 일자리가 각각 사라졌다.
건설협회 소속 경제학자인 캔 사이먼슨은 “건설업체들은 고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단속 강화로 인해 인력이 말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전체 미국 노동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며, 농업·어업·임업 노동자의 45%, 건설 노동자의 30%, 요양보호사의 43%가 이민자다. 이들의 감소는 곧 미국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소속 노동경제학자 피아 오레니어스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의 신규 일자리 절반 이상은 이민자에게 의존해 왔다”며 “국경을 넘는 노동 흐름이 막히면서 노동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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