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 조지아 배터리 공장서 한국인 300여 명 연행

1489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차
미국 이민 당국이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차 메타플랜트 내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450명의 불법 체류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ATF 애틀란타 지부 SNS 캡쳐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서 불체자 단속
▶450명 이상 체포…한국인 300여 명 연행
비정상적 고용 구조
“다수 기술자들, 이스타 입국 후 근무”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이 벌어져 45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 중 한국인이 300명 이상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단속…ESTA 입국 한국인 기술자들 대거 포함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국토안보수사국(HSI),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이 참여한 이번 단속은 지난 4일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수백 대의 단속 집행 차량이 동원된 가운데, 불법체류 혐의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 약 450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특히 체포자 중 상당수가 한국인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대부분은 현대차 및 LG에너지솔루션 건설 현장의 협력사 소속 직원들이거나 한국에서 출장 온 기술자들로 알려졌다. 많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비즈니스 방문 목적의 B1 비자 또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입국한 뒤, 현장에서 실질적인 노동을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반복된 편법 인력 운용…“언젠가 터질 줄”

한 협력사 관계자는 본보와의 연락에서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며 “한국에서 오는 건설 기술자들은 본사 근속 경력, 학력 등의 문제로 E2 등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해, 결국 이스타로 입국해 근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공사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기술자들이 취업 비자를 모두 갖추지 못한 채 일단 투입되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하청업체 관계자도 “미국 지사로 파견된 한 간부는 E2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한국 본사와 병행 근무하며 한국과 미국을 자주 오가던 중 재입국시 심사에서 문제가 발생해 비자를 압수당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었다”고 본보에 전해왔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애틀랜타 공항의 입국 심사가 특히 까다로워지면서 일부 한국인 근로자들은 애초에 애틀랜타 대신 다른 주의 공항으로 입국한 뒤 조지아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번 단속 지역이었던 브라이언 카운티 외에도 카터스빌, 더블린, 린콘 등 현대차 관련 협력사들이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며, 이들 현장에서도 유사한 비자 문제와 인력 운용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비자 문제는 현장 인력 운용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었으며, 이번 단속에서 한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았던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비정상적 고용 구조…“걸리면 돌아가면 되지” 인식 만연

이번 사태는 단순히 비자를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입국 절차를 어긴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협력업체들이 오랫동안 무리하게 인력을 운영해 온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별다른 대책 없이 한국에서 기술자들을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단기 비자인 B1 비자로 미국에 들여보낸 뒤, 바로 현장에 투입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 중이라는 익명의 제보자는 “걸리면 돌아가면 되지, 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 퍼져 있다”며 “정식 취업비자를 받지 않은 사람들을 일하게 하고, 이들의 월급은 미국이 아닌 한국 본사에서 주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세금 신고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구조는 단순히 법을 어기는 문제를 넘어서, 향후 한미 관계나 현지 사업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비슷한 문제가 다른 공사 현장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체포된 한국인들은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시설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은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주미 대사관과 함께 현지 공관 중심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LG 합작 법인 측은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며, 당분간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윤연주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 847.290.8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