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의회가 승인한 해외 원조 예산 40억 달러 집행을 중단할 수 있도록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이 조치는 지난주 연방판사가 행정부에 자금 집행을 강제한 판결에 대한 대응이다. 판결에 따르면 대통령이 자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의회에 통보했더라도, 의회가 따로 승인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의회가 책정한 예산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법적 충돌로, 트럼프가 올해 1월 재집권 후 대통령 권한을 광범위하게 해석해온 행보와 맞물려 있다.
현재 연방정부 자금은 9월 30일 만료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40억 달러를 보류하되, 나머지 65억 달러는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핵심은 1974년 제정된 ‘예산유보통제법(Impoundment Control Act)’이다. 이 법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반대하는 정책의 예산 집행을 거부했던 전례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소송은 글로벌헬스카운슬(Global Health Council) 등 해외 원조 자금을 받는 단체들이 제기했다. 이 단체들은 과거 미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말라리아·에이즈 예방, 식수 접근성 확대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받아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USAID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지난주 판결에서 아미르 알리 연방판사는 “의회가 트럼프의 요청을 승인하지 않는 이상, 정부는 반드시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행정부는 “알리 판결대로라면 즉시 외국 정부와 외교 협의를 시작해야 하고, 대통령이 강력히 반대하는 지출 계획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즉각적인 집행 정지를 막아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하며 “판결은 단지 이달 말까지 집행 계획을 세우라는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만약 의회가 트럼프의 삭감 요청을 승인한다면 자금을 집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행정부의 집행 정지 요청을 기각했고,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으로 공을 넘긴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 긴급 구제를 요청한 것은 올해 들어 25번째다. 이 가운데 보수 6대 3 구도를 가진 대법원은 17건에서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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