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제재도 잘 버티는 러시아 경제…종전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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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_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둔화 접어들었으나 실질임금 높고 실업률 사상 최저 수준
英 이코노미스트 “푸틴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면 시간 걸릴 것”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종 대(對)러 제재 폭격을 퍼붓고 있으나 러시아 경제가 이를 버텨내고 있어 양국 평화 협상 개시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1일(현지시간)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러시아가 경기 부양책과 제재 회피 수단을 다양하게 쓰면서 이런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대러 제재를 18건이나 시행했고 지난 19일에는 19번째 러시아 제재 초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현재 5천여명 이상의 개인과 기관을 대러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서방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이렇게나 많은 제재를 단행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는 2022년 전쟁 개시 직후 잠시 침체에 빠졌을 뿐 2023년과 2024년 모두 호황을 맞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EU의 대러 제재 초안에 대해서도 러시아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제재는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든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상품을 러시아로 운송할 때 비동맹 제3국을 경유하는 환적 활동은 단속이 어렵고, 국제사회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 측의 노력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얼마나 제재를 버텨낼 수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러시아 경제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7월 기준 전년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으며, 구매관리자 설문 조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러시아 내 경제 활동은 몇개월 째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GDP의 약 5%를 지출하던 러시아가 올해 완만한 재정 건전화 작업으로 돌아서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행하던 금리 인상 정책도 변할 것이라며 “2023∼2024년 경제 파티는 분명히 끝났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러시아의 실질 임금 수준은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실업률도 사상 최저로 나타나는 등 경기둔화가 아직 고용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제재가 새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 둔화가 아마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려 나오게 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