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사태·관세 등 타격
▶ 외국인 구금 우려 겹쳐
▶ 할리웃 방문객 50% 급감
▶ 호텔은 임금 상승 ‘울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정책과 이민 단속에다 자연재해까지 맞물리면서 캘리포니아 관광산업이 깊은 불황의 그늘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석 달간 해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8% 감소해 17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8월 한 달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지난 1월 이튼과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다 지난 6월 강경한 이민 단속이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면서 캘리포니아 방문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관광산업은 방문객 지출액 1,57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무려 2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올해는 그 기세가 꺾였다.
특히 글로벌 관광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LA 할리웃 일대는 그 여파를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 고급 차량을 렌트해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붐볐던 ‘라이드 라이크 어 스타’는 올해 여름 유동 인구가 5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회사 직원인 살림 오스만은 “예전에는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북적였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오기를 꺼리거나 아예 피한다”며 침통해했다.
TCL 차이니스 극장은 유명인의 손바닥 자국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줄어 매출 부진을 겪고 있고, 마담 투소 밀랍인형 박물관과 기념품점들도 관세와 방문객 감소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념품의 가격 인상은 매출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캐나다인 관광객 감소세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여름 석 달 동안 캐나다에서 온 방문자는 32%나 줄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쏟아내며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이 불매운동과 여행 취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 국경에서 변덕스러운 입국 거부와 구금 사례가 보도되면서 불신이 확산됐다. 팜스프링스의 론 드하르테 시장은 “캐나다 친구들이 떠난 것은 행정부 조치 탓이며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이 거부 움직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캐나다만이 아니다. 중국, 인도, 독일, 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도 방문객이 줄었다. 반면 멕시코 관광객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5% 증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항공편과 숙박업계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LA 호텔협회에 따르면 객실 점유율과 행사 개최가 줄어든 가운데 인건비는 급격히 오를 예정이다. 호텔 근로자 최저임금은 2026년 25달러, 2027년 27.5달러, 올림픽 직전인 2028년 30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LA 호텔협회장 재키 필라는 “호텔산업은 1월 산불 때도 팬데믹 이전 매출을 누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인건비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요 관광 명소도 위기를 맞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현충일 연휴 예약률이 최대 50% 감소했다고 밝혔고, 테마파크 업계는 시즌 단축과 해고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그레이트 아메리카는 오는 11월에만 184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고, 식스 플래그스 노던 캘리포니아 지점은 시즌 종료를 세 달 이상 앞당겼다.
관광업계 전문가 데니스 슈파이겔은 “사람들이 ‘스테이케이션(집 근처 휴가)’을 선택하면서 관광 수요가 급감했다”며 “경제 상황과 관세,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람들을 집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A 관광청장 애덤 버크는 “LA는 캘리포니아의 관문이자 세계와의 창구”라며 회복은 결국 미국이 해외에서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