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존 과도한 주식시장… 거품 우려 고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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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거품’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만약 이 거품이 꺼질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로이터]

▶ AI에 ‘올인’ 실리콘밸리
▶ 무산 시 경제 전반 흔들
▶ ‘소비 성장·수익’ 있어야
▶ ‘우버·리프트’ 초기와 유사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거품’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만약 이 거품이 꺼질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미국 경제를 견인해온 것은 소비자 지출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상황이 달랐다. 기업들이 AI에 쏟아 부은 막대한 투자액이 일반 소비자들의 지출에 맞먹는 수준으로 불었다. 이는 AI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AI 붐이 곧 꺼질 수 있는 투기적 거품이며, 그 여파로 금융 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주식시장, AI가 견인…소비 없는 성장

최근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시 호황 배경에는 AI가 핵심 사업 전략인 테크 기업들의 주가 급등이 있다. 연방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는 연율 기준 약 1.6% 성장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성장은 AI 관련 투자가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BEA 분석에 따르면, 만약 AI 투자가 없었다면 경제 성장률은 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투자를 대표하는 지표로 간주되는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 비중은 전체 경제의 약 6%에 불과하다. 반면 소비 지출은 여전히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AI가 현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정 상적으로 높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 AI ‘올인’실리콘밸리…무산 시 경제 전반 흔들

실리콘밸리는 이미 오래전 부터 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삶과 일의 모든 영역을 인공지능으로 재편하겠다는 ‘승부수’인 셈이다. 그러나 이 기대가 빗나가거나 기업들이 투자를 거둬들일 경우, 충격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AI 관련 인프라에만 약 4천억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부분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AI 반도체 확보 등에 쓰인다. AI 중심의 대규모 투자는 에너지 시장과 각 지역 건설 부문에도 흘러 들어가고 있다. 만약 AI 기술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거나 기업들이 예산을 줄이면, AI를 중심으로 급팽창하던 산업계 전반에 제동이 불가피하다.

AI 광풍 일수도…수익이 따라야

챗GPT를 비롯한 AI 도구들이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지난 3년간 AI 관련 벤처에 수천억 달러가 투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익을 내는 사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투입된 막대한 투자금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장기적으로 천문학적 수익이 따라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AI 업계조차 거품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메타’(Meta)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달 초 “과거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거품으로 이어졌던 사례들을 보면, 지금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최근 AI 투자가 1800년대 미국 철도망 구축이나 1990년대 인터넷 광케이블 확충과 비슷하다고 예를 들었다. 당시에도 투자 거품이 한 차례 터진 뒤에야 산업이 본격 성장했다는 것이다.

금융 거품 연구 권위자 앤드루 오들리츠코 미네소타대 명예교수도 “AI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이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며 “2001년 닷컴 붕괴 당시의 통신 거품과 유사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최신 AI 제품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술 진보가 과연 투자 대비 수익을 낼 지 의문”이라며 “AI는 일종의 ‘광풍’(Craze)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증시 급락 시 경제 연쇄 타격

AI 기업의 실적과 주가 변동은 주가지수, ‘개인 퇴직연금’(401(k))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Alphabets(구글),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로 불리는 이들 대형 기술주가 S&P 500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 모두는 투자자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향후 성장의 핵심임을 강조하는 기업들이다.

컨설팅 업체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 하락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투자회사 칼라일의 글로벌 리서치 및 투자 전략 책임자 제이슨 토마스도 “주요 테크 기업들이 현재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AI 투자를 지금과 같은 속도로 수년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9월 4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AI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데이터센터 건설은 결국 ‘불가피한 둔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칩과 전력을 공급하는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 500 성장 전망 30% 줄 수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출을 2022년 수준으로 줄일 경우, 내년에 월가가 기대하는 S&P 500 전체 매출 성장의 3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수익성이 없는 대형 비상장 기업들이 벤처캐피털 자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구조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AI 칩 제조사 엔비디아의 오픈AI에 1,000억 달러 투자 소식은 오히려 AI 인프라 지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상호 투자 구조가 AI 투자 거품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기술 붐 때와 마찬가지로 벤처캐피털들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이 같은 투자 행태가 이들 기업 가치를 수십억 달러 단위로 끌어올리며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컴퓨터 코드 생성 등 AI 제품을 제공하는 다수 스타트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 결국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