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 사칭 “당신의 젤(Zelle) 계좌가 털렸다” 사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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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anca y Negocios>

▶ 한인들도 이용하는 송금앱
▶ “안전한 계좌로 옮겨라”
▶ “AI로 음성변조 주의를”

은행 등 신뢰할만한 기관을 사칭해 자발적으로 돈을 보내게 만드는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 은행 직원 사칭 사기범의 ‘젤(Zelle) 송금’ 사기로 아시안 여성이 1만 달러 이상 피해를 입어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 정보 업체 ‘컨수머 어페어스’는 지난 3일 ‘승인된 송금(Authorized Push Payment)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며, 이는 사기범이 은행, 정부기관, 소매업체, 고용회사 등 신뢰할만한 기관의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돈을 보내게 만드는 사기라고 설명했다. 송금 수단으로 은행간 즉시 송금, ‘젤’, ‘벤모(Venmo)’, ‘캐시앱(Cash App)’ 등을 요구하며, 종종 암호화페, 기프트카드 등도 요구한다는 것이다.

컨수머 어페어스에 따르면 사기범은 긴급 상황이라며 돈을 안전한 계좌로 옮기라고 요구하는 등 다양한 상황을 꾸며내 돈을 보내게 만드는데, 기술 지원을 한다면서 원격접속 프로그램 설치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AI로 만든 음성 복제, 조작된 발신자 번호, 진짜처럼 보이는 웹사이트 등을 이용해 긴박함과 신뢰감을 동시에 조성한다.

이와 관련 최근 뉴욕에 거주하는 한 50대 여성이 1만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C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53세 폴렛 고토는 체이스 은행 사기 예방팀 소속 직원이라고 소개하는 사기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누군가 고토의 계좌에서 ‘젤’을 통해 돈을 돈을 빼내려고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상급자의 연락처와 경찰 접수 사건번호를 알려주고, 최근 거래 내역까지 줄줄이 읊어주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었다.

고토는 상대방의 지시에 따라 먼저 자신의 ‘벤모’ 계정으로 약 2,000달러를 송금했고, 이어 은행에 직접 가서 약 1만달러를 ‘해커로부터 안전하다’는 계좌로 이체했다. 하지만 계좌를 이체한 후 ‘무언가 이상하다’고 의심이 든 여성은 그제서야 사기 피해를 입은 사실을 인지했으나, 이미 송금한 금액을 즉각적으로 돌려받을 수는 없었고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다. 이와 관련 연방수사국(FBI)은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인터넷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사기 수법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은 1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신용 도용 관련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들을 토대로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발신자 전화번호와 음성변조를 통해 전보다 더 진짜 같은 정부, 금융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발생할 경우 금융 거래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