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단속에 요원 빼가기… 수사·정보 부실화

5
중무장한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이 지난 4일 시카고 도심에 배치돼 있다. [로이터]

▶ 마약·돈세탁·인신매매 등 조직범죄 대응 저하 우려
▶ 주요 전문 수사기관들서서 검찰 송치 10∼14% 감소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 단속 목표 건수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분야 수사요원들을 빼가면서 조직범죄 대응과 예방 등 본업을 위한 수사·정보 역량이 부실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매일 3,000명씩 불법 이민자를 체포해 추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방 방연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단속국(ICE) 외에도 국토안보수사국(HSI), 세관국경보호국(CBP),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물론이고, 우정청(USPS) 소속 직원들까지도 마약밀매, 성착취, 조직범죄 수사 등 원래 업무에서 빠져 불법 이민자들을 추적하고 구금하고 추방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데에 투입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범죄조직들을 수사하는 데에 집중해온 HSI가 특히 타격이 크다. HSI 요원으로 20년간 현장에서 뛰다가 은퇴한 전직 HSI 고위간부 오스카 헤이글시브는 “(요즘은) HSI 특수요원이 되기에 별로 좋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런 업무 변경이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의 공보담당 직원 애비게일 잭슨은 이민 단속이 공공 안전에 핵심적이라며 “우리의 이민법을 시행하고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제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라면서 “하지만 대통령은 걸으면서 동시에 껌도 씹을 수 있다”(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뜻)고 WSJ에 말했다.

HSI 엘파소 사무소의 책임자인 특수요원 제이슨 T. 스티븐스는 WSJ에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이민단속이 HSI의 핵심 업무 요소 중 하나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발 등 행정조치나 수사를 하는 역량에는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SJ이 소개한 연방 수사기관들의 전현직 직원들의 얘기나 데이터로 드러나는 실상은 이런 해명과는 전혀 다르다.

일선 요원들 사이에서는 일과시간 중에는 이민자 체포 업무를 해야 하므로 본업인 범죄사건 수사는 새벽 시간대에 하는 식으로 시간을 나눠서 써야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화물을 검사해 마약 등 밀수품과 범죄 단서를 찾아내는 전문업무를 맡던 CBP 요원들이 요즘은 국경에서 한참 떨어진 펜실베니아주 같은 곳으로 파견돼 불법체류 근로자들을 잡는 데 투입된다.

이런 탓에 복잡한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업무를 할 시간이 줄어들며 그에 따라 기소되는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WSJ는 시라큐스대가 운영하는 공공기록 데이터베이스 ‘거래기록접근정보센터’(TRAC)로 집계된 자료를 인용해 올해 5∼6월 연방 전문수사기관들이 수사해 검찰로 송치한 사건 건수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송치 사건 건수는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DEA)은 10%, 연방보안관청(USMS)은 13%,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은 14%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