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의 배신, 한 캔만 마셔도 ‘이 병’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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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콜라’와 같이 인공 감미료를 사용한 음료를 단 한 캔만 먹어도 지방간 발병 위험이 6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CNN에 따르면 중국 쑤저우대 제1부속병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12만여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10년에 걸쳐 추적 관찰하며, 음료 섭취 습관이 간 질환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모든 대상자는 조사 시작 당시 간 질환이 없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받았다.

그 결과,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나 에너지음료, 스위트티 등을 자주 마신 사람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MASLD) 위험이 약 50% 가까이 높았다. 반면,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다이어트 음료를 자주 마신 사람은 이보다 더 높은 약 60%의 발병 위험을 보였다. 연구진은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간에 덜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두 종류의 음료 모두 대사 기능을 방해하고 간에 지방이 쌓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리허 연구원은 “그동안 다이어트 음료는 ‘건강한 대안’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연구는 그 믿음에 도전한다”며 “인공감미료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고 포만감을 느끼는 신호를 혼란시켜 단맛에 대한 갈망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간의 지방 축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연구진은 하루 한 캔 수준의 다이어트 음료만으로도 지방간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반면 물을 주로 마신 사람들은 간 질환 위험이 최대 15% 낮았다. 연구진은 “설탕이든 인공감미료든 모두 간에 부담을 준다”며 “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하지만 ‘물’을 마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전 세계 성인의 약 30%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만성 간 질환으로, 장기적으로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약 450만 명의 미국인이 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 주간(UEGW)’에서 발표되었으며, 학술지 게재 전 단계로 추가 검증이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콜라 대신 ‘제로 콜라’를 선택하더라도 간 건강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건강을 위해서는 결국 물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시카고한국일보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