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손해, 제시카 박의 탈모 이야기 4] 화학 샴푸가 탈모를 부르는 숨겨진 메커니즘
“머리를 깨끗하게 감을수록 더 빠지는 것 같아요.” 최근 클리닉을 찾은 정모 씨(45세)의 첫마디다. 그는 하루 두 번 머리를 감는 습관이 있을 정도로 깔끔한 성격이지만, 요즘 들어 배수구에 쌓이는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늘고, 두피는 더 가렵고 건조해졌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경험을 겪는 이들이 많다. 충분히 깨끗하게 감았는데 오히려 탈모가 심해지고 두피 상태도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다.
일반 샴푸 대부분에는 황산염 계면활성제가 포함돼 있다. 성분표에서 SLS(소듐라우릴설페이트)나 SLES(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라는 이름으로 표기되며, 기름과 먼지를 잘 제거하고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 세정력을 높이는 데 쓰인다.
문제는 이 성분들이 두피를 무차별적으로 자극한다는 데 있다. 유해균뿐만 아니라 두피 건강에 중요한 유익균들까지 함께 제거되면서 두피의 자연 생태계가 무너진다. 항생제를 장기 복용하면 장내 유익균이 파괴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연세대 피부과학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황산염 샴푸 사용 후 두피의 유익균 수가 9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수치 감소가 아니라, 두피 환경이 근본적으로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씨의 두피 상태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두피 생태계 붕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황산염이 두피의 자연 유분막을 지나치게 제거한다. 이 유분막은 외부 자극과 세균의 침입을 막는 중요한 방어선이다.
그다음은 유익균의 대량 사멸이다. 특히 두피를 약산성으로 유지해주는 코리네박테리움 같은 핵심 균들이 먼저 사라지면서 pH 균형이 깨지고 두피는 알칼리성으로 변하게 된다. 이 틈을 타 말라세지아, 칸디다 같은 염증 유발 균들이 빠르게 증식하며 모낭을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정씨가 겪은 두피의 가려움, 붉은 반점 등은 바로 이러한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려움이 심해지면 머리를 더 자주 감게 되고, 이로 인해 두피는 더 손상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씨 역시 “가려워서 더 자주 감았는데, 그럴수록 더 심해졌어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많은 샴푸와 린스에 포함된 실리콘 성분도 문제가 된다. 디메치콘, 사이클로메치콘 등은 모발을 부드럽게 보이게 만들지만 두피에는 좋지 않다. 실리콘은 모공을 막아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누적될 경우 두꺼운 막을 형성해 영양 공급과 노폐물 배출을 방해한다. 이는 마치 비닐봉지를 덮어 놓은 화분에서 식물이 시들어가는 것과 같다.
또한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방부제, 특히 파라벤류 역시 두피 미생물 생태계에 해를 끼친다. 매일 사용할 경우 피부에 축적되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천연 성분 기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천연 발효 성분은 선택적으로 항균 작용을 하며, 유해균만 억제하고 유익균은 보호하는 특성이 있다. 발효된 쌀뜨물이나 콩 추출물 등이 대표적이다.
아미노산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샴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코코일글루탐산, 라우로일메틸알라닌과 같은 성분은 적절한 세정력과 함께 두피의 자연 보호막을 유지해준다. 화학 합성이 아닌 천연 유래 성분으로 만들어져 자극이 적고, 두피 pH를 약산성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 발효 기술을 활용한 식물 추출물 기반 제품들도 각광받고 있다. 발효된 인삼, 어성초 등은 분자가 작아 모공 깊숙이 침투할 수 있고, 유익균의 먹이로 작용해 미생물 균형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화학 성분과 달리 두피에 남지 않고 자연스럽게 흡수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탈모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황산염 샴푸와 아미노산 샴푸를 각각 6개월간 사용하게 한 결과, 아미노산 샴푸 그룹은 두피 염증이 40% 감소하고 탈모량도 25% 줄어드는 개선을 보였다. 반면 황산염 샴푸 그룹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정씨도 샴푸를 바꾼 후 2주 만에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처음에는 거품이 덜 나서 잘 씻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머릿결이 부드러워졌어요. 가려움도 많이 줄었고요.”
제품을 선택할 때는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황산염(SLS, SLES, ALS), 실리콘(디메치콘, 사이클로메치콘), 파라벤 등은 피하고, 아미노산 계면활성제, 발효 식물 추출물, 천연 오일,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거품이 적어 어색할 수 있지만, 두피 건강을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다.
보통 2~4주 정도면 가려움이 줄고, 두피가 부드러워지며, 빠지는 모발 양도 줄어드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두피 생태계 회복이라는 점이다.
두피가 건강해지면 자연스럽게 모발도 건강해진다. 정씨 역시 6개월 후에는 “머리 감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하루 한 번만 감아도 상쾌해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음 주에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두피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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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박 스킨케어 대표